또 그런 날이 있다. 예를들면, 퇴근 후 저녁 약속을 잡았다. 평소와 다름없이 퇴근하면 딱 맞을 약속시간. 그러나 그런 날은 꼭 퇴근 전 갑작스런 오류나 업무가 밀려온다. 무사히 퇴근 할 수 있을까, 약속시간에 늦는다는 연락을 해야하나 또는 약속을 미뤄야 하나. 초조한 생각으로 마음의 발을 동동 구르며 몰려드는 업무를 처리하는 날.
퇴근하고 적당히 쉬다가 주님수난 성금요일 미사를 가야겠다 생각했다. 동네 성당에서 8시 미사여서 시간은 충분했다. 약간의 업무 딜레이가 있어도 괜찮을 넉넉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오후에 며칠 전 올려놓은 당근마켓 구입의사 연락이 왔다. 갑작스럽게 잡힌 약속. 미사를 드리러 나가는 참에 당근 구매자를 만나 물건을 전하면 되겠다 생각했다. 약속을 잡고 오후 업무를 차근차근 해치우고 있는데. 그런 날이었다. 평소와 달리 잡히지 않는 업무 또 밀려드는 업무. 그날은 그런 날이었다.
마음의 발을 동동 구를 마지노선의 시간을 정했다. 이 시간이 지나면 약속시간에서 늦는다는 연락을 해야지, 미사에는 늦지 않을 수 있겠지 등등. 할 수 있는 만큼 마지노선을 정해놓고 마음의 발을 동동 구르면, 아슬아슬하게 모든 일이 잘 끝난다. 마지노선 직전에 퇴근을 했고, 당근 구매자를 만나 무사히 물건을 잘 팔았고, 가뿐하고 여유있는 마음으로 성당에 갔다.
잘 해결이 될 거라 믿는다면 그렇게 발 동동 구를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쩌랴. 나는 걱정이 많은 인간인 것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마련할 수 있는 준비를 다 해놓고, 때론 기도를 때론 마음의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이다. 잘 해결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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