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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이 지금

하루치(022)

by 혜.리영 2021. 4. 12.


사람을 만나는 데도 에너지가 필요하다. 만나며 에너지를 쓰기도 하고, 만나며 에너지를 받기도 하다. 어릴 때는 주로 만나며 에너지를 받는 편이었는데 점점 만나며 쓰는 에너지에 대한 부침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사람을 만날 때 이 사람은 나의 에너지를 얼마나 쓰게 만드는 사람인가 살펴본다. 내가 쓰는 에너지만큼 채워주어 서로 오간 에너지가 비등비등 하게 해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흔히 말하는 기빨린다, 말하듯 내 에너지만 쓰이는 사람 또는 넘치게 받기만 하게 되는 사람이 있기도 하다.

최근 나는 이러저러한 마음의 부침을 겪고 있다. 내 마음의 소용돌이를 감당하는 것만도 하루치 내 에너지로도 모자라게 애를 쓰고 있어서.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생각치도 못하며 지냈다. 회사와 가족, 하루치씩 주어진 것을 해내기도 급급했으니. 이제 좀 막힌 속이 내려가듯 마음이 조금 풀어져, 하나둘 가까운 사이부터 연락도 하기 시작했다.

우연. 이런 때에는 늘 우연한 연락에 기대어 힘을 받고, 힘을 내고 싶어진다. 오랜만에 닿은 지인의 연락에 반가이 약속을 잡았다. 이제 좀 기운 차려가니, 다시 한 번 우연에 기대어 아무 일 없는 듯 나를 일으켜 세워보고 싶어서였다. 집들이 겸 반가운 이들 두엇 하룻밤 얼굴을 보기로 했다. 그러나 나에게 하루가 넘는 시간은 무리였다. 아직은 하루치, 아니 반나절까지만.

집에 돌아온 내 눈 밑은 퀭하니, 며칠 전 내 속과 같은 모습이었다. 마음은 차차 가라앉아 가지만 그로인해 소요된 에너지는 아직 더 차올라야 하는구나. 아직은 반나절, 다음은 하루치. 내가 속으로부터 차차 차오르도록 기다리자. 어디서 오는 지 모르겠지만, 마음은 에너지는 기다리면 차오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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