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즐거운 날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오늘 무엇이 이렇게 마음이 즐거웠나 하루를 돌이켜 보니, 마음이 편안했다. 그러면 왜 마음이 편안했을까 살펴보니, 그냥 나답게 지낼 수 있었다. 그냥 나로 있었던 즐거운 시간 말이다.
휴일을 맞아 친구와 모처럼 나들이를 했다. 친구에게도 나에게도 가깝고도 먼 수원에서 우리는 만났다. 그리고 우리는 어디 시외버스라도 타고온 사람 마냥 수원화성을 걷고 걸었다. 수원에는 열기구가 있다. 유명한 터키의 열기구처럼 직접 비행을 하는 건 아니지만, 공중에 떠서 수원 화성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성곽을 따라 걷는 길이 잘 조성되어 있다. 길을 걸으며 화성과 마주보는 집들을 바라봤다. 나는 주택에서 살아 본 적 없는 아파트 키드다. 아파트에서 태어나고 자란 세대. 주택에 대한 로망은 있지만 살 자신은 없다. 그래서 주택은 나에게 로망이고 판타지이다. 그리고 전부터 봐둔 음식점으로 갔다. 맛있는 식사를 하고, 북수원 성당을 구경하고 루프탑 카페에 가서 한량처럼 우리는 끊이지 않는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도 다시 걷고 또 가벼운 저녁을 먹고 또 걸었다. 하루에 만사천 보를 찍었다.
언뜻 별일 없이 친구를 만나 휴일을 즐겁게 보낸 하루이다. 주중에 낀 공휴일에 아주 좋은 날씨에 나들이를 했으니 마음이 즐거운 것은 당연지사. 그와 더불어 편안한 마음을 안겨준 건 친구였다. 누군가를 만나서 내가 지도앱을 켜지 않고 따라가기만 한 것은 참 오랜만이었다. 또 대화를 할 때 공감 받는 느낌을 받는 것도 참 오랜만이었다. 나와 대화를 나누며 친구는 어땠을지 모르지만, 나는 공감과 안정을 느낀 시간이었다. 그러다보니 성장하며 입은 역할의 나를 하나둘 벗어내고, 있는 그대로의 나로 있게 되었다. 종알종알 말도 많고, 헛소리도 많이 하고. 온 종일 걸어다녀도 좋다고 말하는 나 말이다.
마음껏 먹고, 마음껏 걷고, 마음껏 나답게 보낸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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