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한 번 아프고도, 여전히 병원 가는 일은 낯설다. 아프면 바로바로 병원에 가는 사람이 나는 신기하다. 나는 그와 다르다. 통증이나 불편감을 느끼면 우선 가만히 두고 본다. 대부분 하루이틀 사이로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가시지 않으면 먼저 약국으로 찾아간다. 아마 이는 어릴 적 버릇이 남아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내가 아주 어릴 적에는 약국에서도 약을 조제해 주었다. 의사 처방이 없어도, 가벼운 감기 정도는 삼각형으로 접힌 종이에 담긴, 약사가 곱게 빻은 감기약이면 뚝 떨어졌다. 지금은 약을 조제해주진 않지만, 가벼운 정도는 약사가 주는 약을 먹으면 금세 떨어졌다.
몇 년 전 나는 크게 한 번 아프고 나서, 작은 통증에도 바로바로 병원을 찾는 버릇이 생겼다. 주로 가는 곳은 내과 또는 이비인후과. 회사 근처 내과나 이비인후과는 거의 다 가봤다. 그 중 어느 병원이 주로 나와 잘 맞는지도 알아냈으며 더욱 중요한 것. 점심시간 진료가 가능한지 또 야간 진료가 가능한지도 꿰고 있다. 직장인에게 이는 아주 중요한 확인 목록 중 하나이다.
머리가 계속 어지러웠다. 멀미를 하는 것처럼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를 움직일 때마다 약하게 핑- 도는 듯 어지러웠다. 잠깐 그러다 사라지지도 않고 하루종일 그 모양이었다. 주변에 뇌 관련 질환을 겪는 이들이 많아 괜히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일하며 틈틈이 처음 겪는 이 증세에 대해 검색을 했다. 가장 유사한 것이 '이석증'이었다. 어쨋든 어지러움은 귀와 관련될 가능성이 1차로 크다고 해서, 퇴근후 야간진료가 가능한 이비인후과로 갔다.
다행히 이석증은 아니었다. 그리고 의사의 소견으로는 뇌 관련 증상도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럼 남은 답은 하나다. 만 병의 근원 스.트.레.스. 정말 내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내가 걱정하는 성질의 것이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명확히 알아낸 건 없지만, 내가 염려하는 일은 아니라는 확인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가벼워졌다. 서울이 주는 스트레스는 이렇게 몸도 아프게 하지만 여러가지 염려로 마음도 힘들게 한다. 염려하지 않고 내가 바라는 마음대로 살 수 있을까.
덧, 약을 잘 챙겨먹으니 다음 날 부터 어지러움은 많이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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