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일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으레 미용실에 간다고 하면 심경의 변화를 먼저 떠올리는데, ‘할일이 없어서’가 심경의 변화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퇴근하고 별일이 없었고 며칠 째 앞머리가 눈을 찌른다는 감이 잦아졌던 것이다. 자주 가는 미용실은 없고 지난 번에 한 번 방문했던 동네 미용실로 갔다. 비가 오지만 지금 미용실에 가지 않으면 아마 나로서는 기약 없이 미룰 수도 있는 노릇이다.
미용실 가는 길에 새로운 미용실이 하나 생겼다. 여자 커트 15,000원, 지난 번에 얼마를 주고 잘랐나 기억나지 않아 새로 생긴 미용실은 다음에 가기로 한다. 지난 번 다듬은 머리가 꽤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머리가 많이 길었고 아직은 짧게 자르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래서 층을 주고 다듬어 새 기분을 내려 했는대, 지난 번에 갔던 미용실에서 썩 마음에 들게 머리를 다듬어줬다.
추적추적 비는 계속 오고 다행히 미용실에 손님은 별로 없었다. 비오는 날이라 그런 것 같다. 바로 자리에 앉을 수 있었고 지난 번과 똑같이 층을 내고 앞머리를 자르며 머리를 다듬었다. 이번에도 꽤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소소하게 장을 봐서 집으로 돌아왔다.
볼일이 있어 늦은 밤 노트북을 켰다. 인터넷 뉴스에는 지난 건물 붕괴 사고 소식이 가득하다. 평일 한낮에 버스를 탔다가 사고를 당한 사람들의 사연이 기사로 날아온다. 그저 다를 것 없던 하루의 얘기들이라 더 마음이 아팠다. 나의 하루도 생각해본다. 재택으로 근무를 했고, 비오는 저녁에 나가 머리를 다듬고 간단히 장을 봤다. 장을 보며 과일 야채를 더 잘 챙겨먹어야지 생각하며. 그러면서도 장바구니에는 바나나와 당근, 탄산수와 과자가 같이 들어있다. 이래저래 미래를 준비해야 할 일이 많은 요즘인데, 그냥 오늘만 준비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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