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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이 지금

나의 알람이 울릴 때, 올스톱(094)

by 혜.리영 2021. 6. 23.


피로가 쌓이면 목디스크가 도진다. 나는 허리디스크도 앓았고, 목디스크도 갖고 있다. 허리는 벌써 십 년 전에 앓았다. 과거형으로 쓰는 이유는 이제는 그만큼 아프지 않기 때문이다. 디스크를 꽤 심하게 앓았다. 어떤 날은 느닷없이 허리 아래로 움직이지 않아 지하철에서 한 발짝을 떼기 힘들어서 엉엉 울면서 간신히 몸을 던지듯 하차한 적도 있었다. 그날은 기억에 남을 만큼 제일 아팠던 날이었고, 울면서 회사로 전화하고는 바로 병원으로 갔다. 그 당시 디스크 수술을 해도 무방할 정도로 심한 상태였지만, 의사는 허리디스크는 수술만이 능사가 아니며 수술 후 또 다른 통증이 온다며 수술을 권하지 않았다. 회사 근처 병원을 다닌 것도 신의 한 수 였다. 나는 매일 점심시간에 병원에 가서 무통 주사를 맞았고, 퇴근 후에는 물리치료를 받았고. 집에 와서는 반신욕과 스트레칭만 하고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그렇게 허리디스크가 나았다. 그 후에도 가끔씩 아팠으나 그 횟수가 점차 줄어들어 이제는 최근 몇 년 간 이렇다 하게 허리가 아픈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 사이 목디스크가 왔다. 어느 날인가 잠을 잘못 잤나 싶게 목이 뻐근하고 힘들었다. 평소 없던 두통도 왔다. 나에게 일어난 증상을 간단히 검색해보니 목디스크 증상과 비슷했다. 허리디스크로도 모자라 목디스크라니. 용하다는 목디스크 병원을 찾아 갔다. 그러나 의사는 얼굴만 비추고, 병원 코디라는 분이 장황한 설명을 이었다. 결론은 시술을 하라는 것이었다.

이미 이전에 심각한 상태이던 허리디스크를 재활로 나았던 경험이 있어서, 시술을 권하는 병원 코디의 모습이 상술로 느껴졌다. 그 당시 나에게 내려진 진단은 목디스크 초기였다. 의사는 목디스크가 약간 온 정도라고 했다. 그런데 병원 코디는 마치 당장 목이 굳을 것 처럼 시술을 강요했다. 그래서 진단만 받고 나왔다. 그리고 이전에 했던 것처럼 스스로 노력했다. 무리하지 않고, 목 찜질을 자주 하고 잘 쉬었다. 그러니 또 금세 나아져 한 동안 잊고 살았다.

올초 회사부터 시작해서 가족, 나 자신에 대한 여러 생각들로 머리가 지끈거릴 때마다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두통이었다. 겁이 많은 나는 괜한 걱정에 이런 저런 관련 질병을 검색해보지만. (당연하게도) 명확히 알 순 없었다. 그런데 통증이 두통에서 어깨로, 손목으로 내려왔다. 전에 경험했던 목디스크와 비슷한 통증이었다. 목의 신경이 눌리면 팔까지 이어져 저리다고 했다. 스트레스가 심한 날 머리가 무겁고 두통이 왔다. 목덜미를 주무르며 마사지를 해봐도 잘 들지 않았다. 문득 집에 있던 동전 파스가 생각이 나, 두어 개 떼어 목과 이어진 어깨에 붙이니 금세 풀어졌다. 물론 이것은 임시방편이다.

요즘 정신적으로 무리를 한 날이면 목이 뻣뻣하고 무거워진다. 잠시 놓고 멍- 타임을 하루 중에 자주 가지면 잘 가라앉았다. 특히 잠을 방해해서 난감하다. 목이 불편하니 쉬이 잠에 들지 못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내 몸이 나에게 무리하지 말자고 보내는 또다른 알람일지도 모른다. 몇 년 전 모르고 내달리다가 크게 아픈 후로는 나의 스트레스 알람을 잘 지키는 편이다. 알람이 울리면 무조건 올스톱이다. 무엇을 하며 내달렸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위험하다고 경고를 보내는 내 몸의 알람이 하나 더 늘었으니, 스톱해야지. 내가 나의 말을 잘 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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