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오늘이었다. 거창하게 무언가 쓰고 싶었지만, 그냥 오늘이었다. 지난 백일 간 하루도 빠짐없이 어제를 썼다. 일지, 하루의 기록 이라고 이름 붙이고 싶다. 산문도 일기도 아닌 그 사이의 글. 하루의 나에게서 글감을 얻어 글을 썼다. 어떤 날은 감정을 펼쳐 잘 가려 쓰기도 했고 또 어떤 날은 생각을 가지치기해서 쓰기도 했다. 그냥 그렇게 백일 동안 하루의 기록을 썼다.
정말로 백일을 채울 것이라고는,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남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 작은 성취에 뿌듯하다. 또 백일동안 글과 함께 간단한 글씨를 매일 쓰다보니 어느새 나만의 글씨체가 잡히기 시작했다. 매일 글씨 쓰기는 이후에도 꾸준히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계속 글을 써야 하는데......
그리고 이렇게 하루의 기록, 나의 기록을 남기다 보니 다시금 나의 힘이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 내 처지 정도면 쓰러져도 될 것 같은데, 도망가도 될 것 같은데. 자연재해 마냥 꼼짝없이 당할 수 밖에 없는 고통 앞에서 마음은 늘 산산히 부서졌다. 그대로 나락을 떨어질 법도 한데. 마음은 늘 혼자 길을 잘 찾았다. 회복탄력성, 마음의 근육, 내면의 코어. 다양한 말로 이름을 붙이지만 그 어떤 말도 적확하지 않은, 무엇이 늘 내 마음을 일으켜 나를 이끌었다.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것이었는데, 이렇게 글을 쓰면서 더욱 느껴 알게 되었다. 하루를 기록하고, 나를 살펴보는 것은 나의 마음과 마주 보는 일 같다. 매일 마주 본 나는 여전히 괜찮은 사람이었다. 내세울 것 변변치 않은 모습이지만,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나는 나에 대해 알아갈 수록 '좀더 이렇게 살아도 되지 않을까'하고 생각하게 된다.
다들 그렇게 사니까,
나하나쯤은 이렇게 살아도 되지 않을까
'이렇게 살' 방법을 찾아 더 살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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