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08
쉬엄쉬엄 보낸 하루
별 일 없는 싸이리 해변의 하루
전날 밤 오한으로 예약해둔 펀다이빙도 미뤄뒀다. 아침에 일어나니 오한은 식었는데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설.사. ㅠㅠ 한국에서도 한 번도 겪은 적 없었던 설사를 태국에서 겪다니!! 설사가 이렇게 힘든 것인 줄 몰랐다.
처음에는 설사인 줄도 모르고 푹 자고 일어나 아점을 먹으러 카페에 갔다. 꼬다오에 새로 생긴 카페, 서울 어딘가에도 있을 것 같은 모습의 예쁜 카페였다. 카페에 들어가 크로아상과 아.아.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으니 익숙한 이것은 무엇! 설빙!! 설빙 테이블을 태국의 작은 섬 꼬따오에서 만났다. 반가워반가워, 설빙!
이곳에서 빵과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었다. 책은 술술 읽혔다. 황현산 선생님의 책을 읽었는데, 좋은 곳에서 여유롭게 좋은 글을 읽으니 내 모든 것이 회복되는 것 같았다. 서울에서, 직장에서 일하며 묻은 때가 살살 벗겨지는 기분~
그때부터 조금씩 배가 꾸룩꾸룩 거렸다. 그냥 배탈이 좀 났나보다 생각했다. 카페에서 화장실 다녀오고 나니 곧 괜찮아져서, 잠깐 배앓이 했나보다 생각하고는 걸으러 나갔다.
오랜만에 걷고 싶었다. 목적지 없이 그냥 걷고 싶었다. 여기 사는 사람처럼(옷차림이 전혀 현지인 같지 않았지만) 슬렁슬렁 걸어다니고 싶었던 것이다. 걷다보니 맛집이라는 오리국수 식당까지 왔다. 아까 먹은 빵이 다 소화되지 않은 듯 더부룩했지만, 지금 여기를 지나가고 나면 다시 이쪽으로 올라오지 않을 것 같았다. 따뜻한 국물이니까 괜찮지 않을까? 오리국수 한 그릇 주문했다.
세.상.에!!! 이걸 왜 이제 먹었지!! 정말 너무 맛있었다. 더운 나라이지만 따뜻한 국물이 속으로 들어가니 자동으로 나오는 한 마디, '어우~ 시~원~~하다' 샌드위치나 빵, 과일, 커피 등만 먹어서 그런지 정말 시원했다. 한국사람은 역시 국물에서 힘이 나오는 것인가. 맛있게 먹고 나와서인지 발걸음이 신났다. 그래서 룰루랄라 숙소 가는 길에 있는 좋아하는 카페, 카페컬쳐로 갔다. 해지는 바다를 보며 맥주 한 잔 하고 싶었다.
하지만 카페에 도착해서는 그냥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속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맥주를 마시기에는 뭔가 많이 좋지 않을 것 같아서, 카페인이 든 커피도 마찬가지겠지만, 커피를 주문했다. 호기롭게 바닷가에 자리한 노천 테이블에 앉았다가 '앗 뜨거!' 사진만 몇 장 찍고 다시 안쪽, 내가 자주 앉던 자리로 갔다. 그리고 한참 책 보다가 바다 보다가, 책 보다가 지는 해를 보다가. 일몰이 본격 시작되면서는 카페에서 나와 해변으로 갔다.
많은 이들이 해변에서 일몰을 보고 있었다. 몇몇 이들은 바다에 들어갔다. 나도 바다로 들어가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나에게는 그런 용기가 부족해서, 그냥 바닷가 모래사장 위만 자박자박 걸어다녔다.
태국 현지인인 엄마와 아이가 모래사장에 있었다. 아이는 찰싹찰싹 다가오는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장난감으로 모래를 뜨고 놀고 있었다. 아이 엄마는 그 곁에 쪼그려 앉아 아이를 보고 있었다. 바다를 놀이터 삼아 매일 저녁 놀았을 그 아이의 유년이 부러웠다. 나는 가끔 산이나 바다에서 자란 유년을 보낸 사람을 부러워한다.
숙소로 들어갔다가 아무래도 배앓이가 심상치 않은 것 같아서 소화재를 챙겨 먹었다. 해지고 다시 나가려고 했었지만 그냥 숙소에서 쉬었다. 배앓이를 진정시키지 않으면 내일로 예약된 펀다이빙에 지장이 올 것 같았다. 넓고 좋은 숙소에서 편하게 푹 쉬는 저녁을 보냈다.
https://maps.app.goo.gl/NVkPTZd8et3bykt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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