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이 서툴러요. 왜냐하면 길을 걷던 현장에서 매일 쓴 글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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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8.목, 추석연휴
대도시를 나가는 건 정말 힘들다.
도시를 빠져 나가는데만 몇 분 잡아먹는데다. 길도 이리저리 구불구불.
겨우 빠져나오면 작은 마을 두 개를 연달아 지난다. 첫번째 마을이 나오고 바에서 동그란 안경을 쓴 선생님을 만났다. 그 분은 이번이 두 번째 산티아고인데. 첫 산티아고 다녀오시고 책을 냈고 지금은 그 책에 세요를 받으며 다닌다고 하셨다. 멋진일이다. 바에서 만난 후로 길이 같아 오며가며 같이 다녔다. 멋진 풍경에 사진도 찍어주시고. 말미에 내가 길에서 얼마 없는 물을 아껴 마시고 있으니 자신의 물을 나눠주시기도 하셨다.
길에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으며 다니고 있다.
길 중간에 있는 작은 마을 끝에 공소가 하나 있다. 그곳에서는 연세 많으신 수녀님께서 순례자들에게 축복해주시며 기적의 메달을 주신다. 그곳에서 작가 선생님을 다시 만났다. 내가 갔을 때 작가 선생님은 수녀님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자신이 사는 마을이 낯선 나라의 순례자가 만든 책에 사진으로 실린 것에 감동한 수녀님은 눈물을 보이셨다. 두 분의 사진을 찍어드리고, 내 차례가 되어 기적의 메달을 받는데... 나에게 축복해주시며 메달을 목에 걸어주시는 수녀님의 눈가에 눈물이 고여있다. 그걸 보자 울컥 나도 눈물이 났다. 뚝뚝 눈물을 흘리니 수녀님께서 꼭 안아주셨다. 여기서 또 이렇게 엉엉 울었다.
마을에 도착해서는 대모님 부부와 같은 숙소였다. 나는 다인실, 내외분은 2인실. 수제비 해 드신다고 같이 먹자고 해서 와인을 한 병 사갔다.
주방에서 요리를 하려고 하니 주인 여자의 지침이 많았다. 우여곡절 끝에 수제비를 하고 맛있는 아삭이 상추를 겉절이로 무쳤다. 얼마만에 먹는 겉절이인지. 정말 맛있었다. 와인 한 병으론 모자랐는지 한 병 더 사오고 수다와 함께 맛있는 저녁 식사를 했다.
주방을 싹 치우고. 싸주신 토스트 들고 나오는데. 길에서 뵈엇던 선생님을 다시 만났다. 마침 토스트 양이 많았던 터라 선생님께 나눠드리고. 미사 시간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바로 6시! 짐만 정리하고 바로 나와 미사를 드렸다.
책을 쓰신 작가 선생님도 같이 미사를 드렸다.
미사를 마치고 순례자 기도 해주시는데. 각국 언어로 된 기도문을 각국 언어로 한 번 씩 다 읽게 해주셨다. 그리고 노래도 시키는데. 작가 선생님이 크게 부르셔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이어서 단체 사진을 찍는데. 작가 선생님이 찍어주시고 모두에게 에어드랍 또는 메일로 보내주셨다. 단체사진을 찍을 때 신부님께서 내 머리에 손을 얹고 찍으셔서 괜히 마음이 좋았다.
그리고 돌아와 다시 대모님 내외분과 맥주 한 잔 하며 하루를 마무리.
미사를 거의 매일 다니다보니 같은 사람을 자주 만난다. 숏컷 헤어의 독일 아주머니, 아마도 미국인인 검은 뿔테 청년(신부님의 스페인어를 영어로 통역해줬다. 그 후에도 미사 때 또는 길에서, 마을에서 자주 만났다) 내 선글라스 찾아준 천사는 예비자였다. 평화의 인사를 하면 브이를 하며 웃어주던 여자 청년.
https://maps.app.goo.gl/Kfp1UsXmsksibx9W6
https://maps.app.goo.gl/zngckJLsSGRxXWtG8
https://maps.app.goo.gl/wjGsxqAMUuJYCSa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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