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3,24 싸이리 비치의 밤 (1)
목요일, 나는 숙소에서 나가지 않고 업무를 했다. 점심 때 잠깐 나가서 망고를 사와 먹었을 뿐. 점심 때 짐을 챙겨 오후 근무를 카페에서 하는 것도 좋았지만. 나는 숙소에서 업무를 마치고 가벼운 몸으로 나가는 것이 더 좋았다. 카페에서 일 하는 것도 편하지 않았다. 시간마다 카페를 이동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카페에서의 테이블과 의자가 편한 것도 아니었다. 업무를 마치고 부리나케 바다로 갔다. 해변에 앉아 노을을 봤다. 노을을 보지 않고는 하루를 마감할 수 없었다. 그리고 우리는 불쇼가 열리는 싸이리 위쪽 해변으로 갔다.
그쪽의 술집은 밤이면 화려해졌다. 태국 청년들이 맨몸으로 불을 들고 쇼를 했다. 불 붙은 봉을 돌리거나, 불 붙은 볼을 빙글빙글 돌리며 쥐불놀이 비슷한 동작을 했다. 음악을 꽝꽝 틀고 사람이 제일 많은 곳을 지나 조금 더 바다를 따라 걸어 올라가면, 이어서 카페와 비슷한 불쇼를 하는 바가 또 나온다. 그곳은 앞서의 곳보다 작지만 그래서 좀더 편안했다. 이날 우리는 불쇼를 하는 바 옆 카페에 앉았다.
음료와 밥을 시켜 먹고, 일행은 귀여운 얼굴의 직원에게 반해 내내 귀엽다를 연발했다. 바다는 시커멓게 하늘과 맡닿아 있었고, 밤은 깊고 공기는 맑았다. 조곤조곤 대화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으나, 함께 이곳에 온 일행과는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없어 아쉬웠다. 그는 이런 대화를 나누는 것에 익숙치 않은 사람인 듯 보였다. 나는 느끼고 생각한 것을 얘기하는 것이 필요한 사람이었다. 한 달을 함께 지내며 우리는 서로 달라서 힘들기도 했지만, 서로 달라서 이해할 수 있기도 했다. 내가 많은 것을 포기한 것처럼 그녀 역시 많은 것을 포기했겠지. 서로의 마음은 좋게 지내려는 같은 마음일 것이라 믿으며 지내던 날이었다. 나는 그래서 사람이 더 그립기도 했다. 이야기를 나누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대화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