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이 지금

뒹굴뒹굴(057)

혜.리영 2021. 5. 17. 23:00


뒹굴뒹굴, 이 말이 딱 어울리는 하루였다. 몇 시에 일어나야 한다는 선도 없이 저절로 눈이 떠질 때까지 잤다. 눈을 뜨고도 바로 일어나지 않고 그대로 누워 발만 까딱까딱. 이런 하루도 있어야지. 아직 집어 넣지 않은 포근한 겨울이불 부둥켜 안고 뒹굴뒹굴. 마음 같아서는 하루 종일 그렇게 껌딱지 마냥 누워있고 싶었지만, 10시를 넘기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오까지는 누워있을 수 있었는데 말이다.

이런 날은 누룽지를 먹어야지. 간식처럼 오독오독 씹어먹던 누룽지에 뜨거운 물을 부어 고소하고 든든하게 점심을 챙긴다. 휴일 오전에는 켜두기만 해도 귀가 솔깃한 재미난 프로그램이 많다. 동물도 봐야하고, 신비한 이야기도 들어야 하고, 또 영화도 봐야한다. 한 주간 못 본 예능도 재방송으로 보고. 사이사이 좋아하는 이것저것 홈쇼핑도 보고. 누룽지 아점을 먹고 난 후 시원한 집아아를 마신다. 집아아는 집에서 내린 아이스 아메리카노이다. 재미난 프로그램을 보고 또 봐도 갓 정오를 넘긴 오후.

자리에서 일어나 밀린 집안 일을 하다가 또 밀린 공부를 하다가 또 밀린 책읽기를 하고도 아직 해가 지지 않았다.

뒹굴뒹굴 거리는 하루는 해도 길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저녁 미사에 간다. 이제 진짜 하루가 끝나간다. 미사를 드리고 나오는 길에도 아직 해가 떠 있지만 저녁에는 맛있는 것을 먹겠다며 장을 보러 간다. 이런 하루도 있는 것이다. 바람이 덥지도 춥지도 않은 오뉴월에 만나는 뒹굴뒹굴 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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