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이 지금

지금은 조금더(089)

혜.리영 2021. 6. 18. 23:48


벌려놓은 일 하나가 끝났다. 늦바람이 불어 공부해보고 싶은 분야가 생겼다. 그런데 선뜻 진입하기 주저했다. 나이가 들 수록 작은 일에도, 큰 일에도 주저하게 된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했다. 작디 작은 것이라 생각되는 것부터 해보고, 아님 말지 뭐. 선뜻선뜻 시작을 잘 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아님 말지 뭐'

그렇게 알고 싶어지는 분야에 대한 작은 공부부터 시작했다. 취미 수준의 민간 자격증부터 시작해서 한 걸음, 한 걸음 더 걸어가본 것이다. 계속 마음 속에는 힘들고 피곤하면 언제든 그만 두자는 마음을 부여잡고 있었다. 마치 아니길 기다리는 사람처럼, 해보니까 힘들어, 해보니까 어려워 등과 같은 점점 다가가는 이 걸음을 언제든 멈출 준비를 하며 걸어간 것이다.

그래서일까. 생각보다 할만 했다. 한 걸음 걸을 때마다 계속 드는 생각은, 할만 한데.

어릴 적부터 나는 공부에 흥미가 없었다. 정확히는 시험보는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타입이었다. 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이해되지 않는 것들을 달달 외워야 한다. 그것은 정말 고역이었다. 역사를 스토리로 읽고 이해하는 건 가능한데, 연도별로 달달 외우는 것은 불가능 했던 것이다. 어릴 적 교과서를 받으면 제일 먼저 사회과부도, 역사 교과서부터 흥미롭게 읽어가면서 정작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부담을 안고 시작하면 나는 잘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최대한 부담을 낮췄다. 언제든 그만둘거야, 라는 자세를 취하며 쉬운 것부터 시작한 것이다. 처음부터 자격증을 목표로 둔다면 나는 애저녁에 그만뒀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나중 문제고, 일단 이것부터 해보자. 해보고 아님 그만두면 되지. 적당히 자기 개발 한 것이라 셈치지.

그런데 어느새 이만큼 왔다. 물론 지금도 계속 적당히 하고 그만 둬도 되지 뭐, 라는 태도이다. 내 마음의 단계로는 지금 3쯤 왔다. 여기까지 올거라는 생각을 못하고 막연하게 잡았던 3단계 였는데. 나의 장기 계획 중에서 Part 1의 중간쯤 온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새로워졌다. (물론 나의 장기 계획은 언제든 '지금의 나'가 시키는대로 수정, 편집, 파기 될 수 있다.) 그리고 마음이 조금 바뀐 것이다.

언제든 그만두지 뭐, 그런데 일단 지금은 조금 더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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