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MZ 세대'라는 이름에서 'M(밀레니얼)'은 묶이고 'Z(젠지)'가 중심이 되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다가온다. 여행을 다니며 여러 나라와 도시, 그리고 그곳의 다양한 세대를 만났지만, 요즘 가장 흥미로운 풍경은 바로 우리 곁의 '젠지 세대'가 만들어내는 문화이다.
솔직히 처음엔 그들이 소비하는 방식, 소통하는 방식이 나의 세대와는 너무 달라 궁금했다. 짧고 빠르게 핵심만 보여주는 숏폼(Short-form) 콘텐츠에 열광하는 모습, 일상 전체를 하나의 '바이브(Vibe)'로 만들어내는 감각. 그들의 키워드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안에 숨겨진 단단한 삶의 태도가 보인다.
'데코덴티티', 나를 귀하게 만드는 일
젠지 세대는 '데코덴티티'를 통해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한다. 똑같은 스마트폰 케이스에 키링과 스티커를 잔뜩 달아 '나만의 것'으로 만든다. '페르소비'라는 이름으로 자신이 지향하는 취향에만 돈을 쓴다.
이것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다. 남들이 갖는 '명품'이나 '대세'를 쫓기보다, 평범한 일상 속 소지품에 '나의 취향'이라는 가장 비싼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다. 천편일률적인 기념품 대신, 내가 좋아하는 색깔의 작은 노트를 고집하는 내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나를 가장 잘 아는 건 나 자신이며, 나를 귀하게 만드는 일은 남의 시선이 아닌 나만의 '바이브(Vibe)'를 지키는 것임을 그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도파민과 긍생 사이의 균형
젠지 세대는 '도파밍' 세대라 불릴 만큼 즉각적인 재미를 추구한다.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이들은 동시에 '긍생(긍정적인 삶)'을 외치고, '럭키비키'처럼 긍정을 갈아 넣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이 모순처럼 보이는 두 키워드는 사실 현실을 버티는 젠지 세대의 생존 전략이다. 치열한 현실을 잠시 잊게 해주는 짧고 강렬한 재미(도파민)를 수혈하고, 그 후에 다시 현실로 돌아와 긍정의 마인드로 무장한다. 마치 낯선 도시를 여행하다 잠시 멈춰 달콤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다시 배낭을 메는 것처럼 말이다. 그들의 효율적인 시간 활용('초능력 소비') 역시 에너지를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이다.
젠지에게 배우는 '단단한 취향'
나는 여전히 흔들린다. '내가 잘하고 있나?', '이 길이 맞나?' 하는 질문을 여행지에서, 혹은 사무실에서 반복한다.
하지만 젠지 세대는 굳이 '트렌드 없는 트렌드'를 만들어, 획일적인 유행에 저항한다. 자신만의 좁고 깊은 '트라이브(Tribe)'에서 취향을 공유하며 끈끈한 연대를 만든다. AI를 도구로 활용해 나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AI작'), 내가 진짜 원하는 것('페르소비')에만 돈을 쓴다.

결국 젠지 세대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나다움'을 중심에 두는 삶이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의 알고리즘 속에서도, 자신만의 필터로 세상을 걸러내고, 나만의 속도와 취향을 지키는 단단한 삶.
오늘, 나도 나만의 키링을 하나 더 달아본다. 타인이 아닌, 나만의 만족을 위해. 그들의 '바이브'에서 나의 '삶의 태도'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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