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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14

40+1) 산티아고(2023.10) 글과 그림이 서툴러요. 왜냐하면 길을 걷던 현장에서 매일 쓴 글이예요. 여기 클릭하시고, 머릿말 읽어주세요 :) 2023.10.24.화 하루종일 비가 왔다. 느즈막히 일어나고 싶었지만 저절로 일찍 깼다. 오늘 할 일은 바쁘다 바빠, 데카트론에 가서 운동화를 하나 사고, 다시 짐을 꾸려서 서울로 보내고, 베카 씨를 만나러 가야한다. 그 와중에 빨래도 해야한다. 건조기 돌려서 빨래 하지 않으면 이제 입을 옷이 없다. 비가 꽤 많이 왔다. 데카트론에 가기 위해 산티아고 광장을 지나가는데 오늘도 여러 이들이 이곳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시간대가 어중간해서인지 대부분 광장을 한 번 찍고 곧바로 숙소로 들어가는 발걸음이었다. 우비를 입고 터벅터벅 들어오는 발걸음에 힘을 주고 싶었다. 다가가서 잘 왔다고, 다시 한 번.. 2024. 3. 22.
34) 사모스 - 사리아(2023.10) 글과 그림이 서툴러요. 왜냐하면 길을 걷던 현장에서 매일 쓴 글이예요. 여기 클릭하시고, 머릿말 읽어주세요 :) 2023.10.17.월 알베르게에는 총 4명만 있었다. 우리 객실에는 나와 si언니 그리고 여자 외국인 한 분. 다른 객실에는 남자 외국인 한 분. 이렇게 소수로 있던 알베르게도 처음이다. si언니와 길을 나섰다. 오늘 걸을 길은 길이가 짧아서 여유있게 나왔음에도, 이제 해가 짧아져서 캄캄했다. 그리고 더 큰 문제가 있었으니. 강.풍. 바람이 어마어마 했다. 찬 바람은 아니었는데, 온풍이 어마어마하게 쎄게 불었다. 배낭을 맨 두 사람이 휘청거릴 정도였다. 게다가 사모스에서 출발하는 이들이 많지 않아 길에는 언니와 나 둘 뿐이었다. 둘이 서로, 너가 있어서 언니가 있어서 다행이라며, 의지하며 걸.. 2024. 3. 12.
29) 엘 아세보 - 폰페라다(2023.10) 글과 그림이 서툴러요. 왜냐하면 길을 걷던 현장에서 매일 쓴 글이예요. 여기 클릭하시고, 머릿말 읽어주세요 :) 2023.10.12.목 엘아세보에서는 내리막이 시작된다. 엘아세보 전으로 오르막이 있고 이후로 내리막인데. 내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아서 짧게 끊어갔다. 전날 엘아세보 도착 직전 짧는 내리막에서 무릎이 많이 아파서 힘들었다. 엘아세보에서 다시 출발하는 아침 산길로 시작이 있고 아래쪽 도로를 따라 걷는 길이 있다. 도로를 따라 완만하게 돌아가는 길로 가야지 하고 생각하고는, 버릇처럼 화살표를 따라 산길로 들어섰다. 내리막이 정말 장난 아니었다. 비오면 주비리 내리막 못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산에 가면, 내리막을 무서워하긴 하지만 재밌기도 한데. 이 엘아세보 내리막은 재미난 내리막인데 무릎이 아.. 2024. 3. 3.
27) 아스토르가 - 라바날(2023.10) 글과 그림이 서툴러요. 왜냐하면 길을 걷던 현장에서 매일 쓴 글이예요. 여기 클릭하시고, 머릿말 읽어주세요 :) 2023.10.10.화 이날은 아침에 너무 추웠다. 동키 보낸 배낭에 들어있는 긴팔 경량 패딩이 너무 생각날 정도로 오들오들 떨면서 걸었다. 걷다가 작은 성당에 불이 켜져 있어 몸을 녹이러 들어가니, 따뜻한 촛불과 여러 기도들 그리고 쎄요가 있었다. 들어간 김에 몸도 녹일 겸 쎄요도 찍고 기도도 했다. 다행히 해가 떠오르니 따뜻해졌다. 라바날까지 걷는 길에 한국분을 만났다. 이런저런 얘길 하다가 내 무릎 상태를 얘기하니 많이 걱정해주셨다. 레온에서 푹 쉬고 또 그 후에도 버스 점프 하도 또 동키로 배낭까지 보내고. 만반의 준비를 해서인지 무릎이 걸을 만 했다. 다행이었다. 라바날에 알베르게에 .. 2024. 2. 29.
21) 베르시아노스 - 렐리에고스(2023.10) 글과 그림이 서툴러요. 왜냐하면 길을 걷던 현장에서 매일 쓴 글이예요. 여기 클릭하시고, 머릿말 읽어주세요 :) 2023.10.04.수 출발부터 좋지 않았다. 으슬으슬 감기 기운도 있고 아침에 몸이 유난히 무겁게 느껴졌다. 이날은 배낭도 매고 걸었는데. 분명 가뿐했던 배낭이 천근만근이 되었다. 뭔가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직감하고 있었다. 가는 길에 있는 바르에서 신라면을 판다고 해서 갔다. 아침부터 라면이라니. 그러나 여기서는 가능하다. 보통 라면에 밥까지 같이 시키는지 나에게 온리 라면이냐고 몇 번 물어봤다. 라면을 기다리며 길에서 인사한 부자와 다시 만나 잠시 대화를 나눴다. 거기에는 장발 청년도 있었는데 해병대 출신이고 50키로 이상의 거리를 걸은 적이 있다고 한다. 그날도 40키로 가까이 걷.. 2024. 2. 20.
16) 오르니요스 - 카스트로헤리스(2023.09) 글과 그림이 서툴러요. 왜냐하면 길을 걷던 현장에서 매일 쓴 글이예요. 여기 클릭하시고, 머릿말 읽어주세요 :) 2023.09.29.금, 추석 나만 일찍 출발하는가. 다인실방의 멤버들은 대부분 부르고스부터 출발한 이들이었다. 일어나니 금발의 여자 청년은 벌써 나가고 없고 모두 자고 있었다. 조용조용 준비하고 나왔다. (그래도 대부분 길에서 다 만났다) 메세타 길이 뭔지도 모르고 걸었는데 내가 걸을 때는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31도 32도 이럴 때였다. 하 정말 힘들었다. 그리고 물집도 이쯤부터 시작되었다. 이때가 추석이었는데. 메세타에 지쳐가서 숙소에서 저녁도 안 먹고 뻗어있었다. 좋은 주인장 할아버지는 8시에 오래된 지하창고 구경 안 할래? 괜찮아? 창문 닫을까? 계속 물어봐주었다. 옆 배드 아저씨도.. 2024. 2. 14.
09) 로스아르코스 - 비아나(2023.09) 글과 그림이 서툴러요. 왜냐하면 길을 걷던 현장에서 매일 쓴 글이예요. 여기 클릭하시고, 머릿말 읽어주세요 :) 2023.09.22.금 로그로노까지 가기 애매한 거리였다. 18km 정도인 비아나에서 끊어가기로 하고 배낭을 메고 걸었다. 처음으로 20키로 미만을 걷는 날… 공립을 들어가기로 했지만 자신이 없었다. 어찌저찌 무작정 걸으니 다행히 공립에 자리가 있어 들어갈 수 있었다. 자주 만나던 분들과 같이 삼겹살에 라면! 처음 먹어보는 삼겹살 짱맛 먹다가 나는 미사 드리러 나갔다. https://maps.app.goo.gl/HxAPDo3heRXHqzPCA Iglesia de Santa María · Calle Rúa Sta. María, 1, 31230 Viana, Navarra, 스페인 ★★★★★ · 역.. 2024. 2. 5.
03) 론세스비예스-수비리(2023.09) 글과 그림이 서툴러요. 왜냐하면 길을 걷던 현장에서 매일 쓴 글이예요. 여기 클릭하시고, 머릿말 읽어주세요 :) 2023.09.16.토 수비리도 흐리다는 말에 한 번 더 동키를 보냈다. 아직 가방을 메고 걷지 않았는데 이렇게 힘들다니. 캄캄한 이른 새벽 길. 이마에 헤드랜턴을 켜고 걸었다. 밤길을 무서워하는데. 이상하게 이 길이 무섭지 않았다. 어제 극한의 산길을 넘어서인지, 혹시나 날씨가 더 나빠지기 전에 무장정 그냥 일단 걸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길을 걷다가 누군가 뒤에서 밝게 인사를 건네 보니, 어제 같이 식사했던 대만인 여성이었다. 그녀는 백팩을 메고 빠른 걸음으로. 경쾌하게 인사를 건네고 나를 앞서갔다. 길은 여전히 힘들었고 나는 또 걸음이 느려 뒤쳐졌다. 그리고 또 어제 그 단체를 만났다... 2024. 1. 26.
함께 걸으면 (064) 오뉴월은 어디든 나가야 하는 달. 인왕산 자락길을 걸었다. 잎들은 점점 짙어지고 건강한 광택을 뽐냈다. 야생으로 핀(화단 관리로 심었겠지만, 꽃집이 아닌 땅에서 피어난) 작약을 보고, 이름 긴 데이지를 보고, 수선화일까 가늠해보는 꽃도 보고. 오뉴월은 짙어가는 잎과 피어나는 꽃으로 가득하다. 인왕산 자락길 중간에는 수성동 계곡도 있고 초소책방도 있다. 적당한 코스의 시원함과 쉼이 있어 걷기 더 좋았다. 출발하기 전 지지배배 종알거리며 걷기 어플을 깔았다. 두 지인은 먼저 사용하던 것이고 나는 이번에 새로 깔았다. 새로 시작하는 것은 늘 서로 길들이는 시간과 과정이 필요하다. 어플을 백그라운드에 켜두고 자락길을 걸었다. 중간중간 쉬는 구간도 잘 읽어내는 어플이었다. 첫 구간 걸음은 위치를 잘 잡지 못해, .. 2021. 5. 24.
걷기 마음 코스(062) 퇴근 길 강남역까지 걸을 때는 두 가지 경우의 마음일 때이다. 하나는 풀리지 않는 것이 있을 때. 또 하나는 풀어야 할 것이 있을 때. 또는 두 가지 모두 있을 때도 있다. 퇴근 길 한 정거장 정도를 걸었다. 회사로 갑갑해진 마음 좀 풀어야겠어서 말이다. 정말 딱 한 정거장 정도 걸으면 풀릴 마음이었다. 카드를 찍고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할 때,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금방 끊어질 전화가 아닐 것 같아서 다시 지하철을 나왔다. 그리고 선선한 바람과 함께 한 정거장을 더 걸었다. 통화를 끊고보니 강남역. 곧바로 지하로 들어가고 싶지 않아 강남대로를 크게 한 바퀴 돌았다. 풀리지 않는 마음이나 일도 걸으면 서서히 풀렸다. 워킹화를 신고 가벼운 트레킹 복장을 하며 본격적으로 걷는 것은 아니지만, 강남 대로 넓고.. 2021. 5. 22.
걷는 것(037) 바람이 선선하면 걷고 싶어진다. 특히 4월 말에서 5월 초의 바람은 어디든 또 어디까지든 걷고 싶게 만든다. 아침에 일어나 어떤 기분이었는지 또, 하루를 어떻게 보냈던지. 상관없이 걷고 싶어진다. 머리카락 한 올 한 올 사이로 바람이 갈라 들어오면, 걷고 싶어진다. 너무 딱딱하지도 너무 폭신 하지도 않은 적당한 신발을 챙겨 신고 나와, 걷고 싶어진다. 어깨에 걸쳐 메는 가방이든 백팩이든, 걷고 싶어진다. 블루투스 이어폰이면 가볍고 선으로 이어진 이어폰이면 경쾌하게, 걷고 싶어진다. 며칠 시달린 마음에 터덜터덜 건물을 나왔다. 퇴근할 때의 마음이 매번 같을 순 없지만, 이렇게 물먹은 솜이불처럼 무겁기만 한 때가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건물 입구를 나올 때까지만 해도 만사 귀찮고 건물을 나서면 바로 내 .. 2021. 4. 27.
다시 걷기(020) 그래 다시 걷기의 힘이다. 라섹 수술한 지 육개월이 되어 마지막 검진을 받으러 안과에 다녀왔다. 최근 피로와 스트레스로 몸이 좋지 않아 눈도 아프고 괜히 시야가 더 뿌옇게 보이는 듯 해서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결과는 좋았다. 시력도 생각한 것보다 더 좋게 나왔다. 그래서일까. 근래 내 삶에서 오랜만에 들은 긍정적 소식이라 기분이 좋았다. 또 시력이 잘 올라왔을까 염려하던 부분이어서 더욱 좋았다. 모든 게 맺히는 날이 있으면 풀리는 날도 있다. 검진을 마치고 오랜만에 강남역 거리를 걸었다. 평년보다 사람이 없긴 하지만 여전히 활기찬 거리, 사람들. 다시금 그 사이를 걸으며 기운을 얻었다. 이제 하나둘 풀일 일만 남았구나 싶은 안도감. 날이 풀린 봄처럼, 다시 살아나신 예수님처럼. 이제 풀리는 일만 있을 것.. 2021. 4. 10.
걷기(019) 집 근처 번화가는 여전히 사람들로 부적인다. 흔히 말하는 핫플, 인스타 감성의 거리. 식사와 술 등 저녁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 그 사이를 나는 터적터벅 걸어다닌다. 몇 년 전 이 동네로 이사오고 그런 점에 괜히 기분이 좋기도 했다. 조용한 아파트촌에 살다가 이렇게 북적이는 곳에 사니, 밤에도 새벽에도 활동적인 느낌이 좋았던 것이다. 카페도 많고 빵집도 많고. 그러나 오래 가진 않았다. 문제는 역시나 소음. 활기찬 것은 좋지만 그것은 내가 같이 즐길 때나 좋았던 것이다. 이내 쉬지 못하는 어려움을 느 끼고는 다른 동네로 이사를 생각했지만, 그러기에는 이곳의 장점이 너무 많았다. 아직은 이사가고 싶지는 않았다. 요즘처럼 마음이 흙빛인 때에는 도움이 되기도 하다. 고3 때 마음이 답답하면 토요일 오후2시 명.. 2021. 4. 9.
봄인 줄 알았는데 아직은 쌀쌀한 밤에(005) 고등학교 때부터 답답하면 걸었다. 서울내기답게 토요일 오후 복잡하고 번잡한 명동을 이리저리 치이며 걸어다니고 오면 속이 풀렸던 것이다. 그때는 하교 후 그렇게 다니고도 기운이 남던 십 대였다. 직장을 다니면서는 점심시간에 회사 근처 공원을 걸었고. 그렇게도 속이 풀리지 않는 날은 퇴근길 지하철 한두 정거장 쯤 걸었다. 어제도 속이 답답해, 집으로 가는 길에 근처 대형마트에 들렀다. 4층 규모의 거대한 마트는 아직은 쌀쌀한 밤바람을 피해 속 풀릴 만큼 걷기 좋은 곳이다. 마트에 들어서며 뭐든 눈에 들어오는 건 다 사겠다는 심사였다. 열심히 걷거나 또는 뭐든 사야 속이 풀릴 것 같았으니까. 그러나 이내 흥미를 잃었다. 어떤 품목을 봐도 시큰둥했다. 저녁거라라도 근사한 걸 살까 싶었지만. 요즘 유행한다는 대형.. 2021. 3.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