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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31

「나에게 이기적인 사람」 구입 링크! 자가출판이란 시스템을 통해 내 책을 냈다. 글도 내가 쓰고, 표지 디자인도 내지 편집도 다 내가 했다. 그래서 어설프지만, 그래서 더 정이 간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때에 100일 동안 꾸준히 글쓰기를 했다. 하루하루 어제를 돌아보며 일기를 쓰듯 썼다. 티스토리에 '매일이 지금' 카테고리에 꾸준히 썼던 글과 글씨이다. 일기도 아닌 것이, 에세이도 아니고. 일기와 에세이 그 사이의 것인 글이다. 혼자 쓰고 혼자 좋아서, 블로그에만 담아두기 아까워서 이렇게 자가출판으로 책을 만들어 봤다. 책 구입은 알라딘, 예스24, 부크크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다. http://aladin.kr/p/bQ8Ik 나에게 이기적인 사람 나에게 이기적인 사람 www.aladin.co.kr https://www.yes24.co.. 2023. 11. 29.
하루(100) 오늘도 오늘이었다. 거창하게 무언가 쓰고 싶었지만, 그냥 오늘이었다. 지난 백일 간 하루도 빠짐없이 어제를 썼다. 일지, 하루의 기록 이라고 이름 붙이고 싶다. 산문도 일기도 아닌 그 사이의 글. 하루의 나에게서 글감을 얻어 글을 썼다. 어떤 날은 감정을 펼쳐 잘 가려 쓰기도 했고 또 어떤 날은 생각을 가지치기해서 쓰기도 했다. 그냥 그렇게 백일 동안 하루의 기록을 썼다. 정말로 백일을 채울 것이라고는,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남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 작은 성취에 뿌듯하다. 또 백일동안 글과 함께 간단한 글씨를 매일 쓰다보니 어느새 나만의 글씨체가 잡히기 시작했다. 매일 글씨 쓰기는 이후에도 꾸준히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계속 글을 써야 하는데...... 그리고 이렇게 하루의 기록, 나.. 2021. 6. 29.
하루치 편린(025) SNS를 모두 비공계로 돌리고, 블로그에 하루치 에세이를 쓰기 시작한지도 벌써 이십 일이 넘어간다. SNS는 일상을 또는 '나'를 슬라이스 하여 원반을 던지듯 휙휙 날리는 것 같다.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곤 하지만 출퇴근길을 채우며 매일 들여다보며 생각과 마음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SNS를 닫았던 건 습관화된 행동으로 내가 소모되는 것이 싫어서였다. 나는 내부의 자극 못지 않게 외부의 자극에도 민감한 편이어서, SNS를 통해 지인들의 일상 편린을 세세히도 보게 된다. 출퇴근길에 SNS를 보는 건 의미를 잃은 습관이 되면서도, 지인들의 SNS에 좋아요를 누르는 일은 가벼운 습관이 되지 못한다. 잘 읽고 또 미처 놓친 이 없나 다시 살피기도 하고. 나 같은 종류의 사람은 SNS를 하면 안 되.. 2021. 4. 15.
[산호] 내 발등의 산호 내 오른쪽 발등과 발목 사이에는 작은 흉터가 있다. 작은 흉터라 나만 알아볼 수 있고, 그 흉터를 볼 때마다 나는 태국의 작은 섬 꼬따오를 떠올린다. 나를 아는 사람이라면 내가 참 어지간히 우려먹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만큼 나의 삶에서 꼬따오는 낯설고 행복했던 기억이다. 몇 년 전 나는 꼬따오에서 한달살이를 했다. 그때 스쿠버다이빙 자격증도 땄다. 내 발등의 흉터는 그때 생긴 것이다. 때로는 몸의 흉터가 더없는 기억으로 남을 때가 있다. 예를 들면, 내 왼쪽 팔목에는 잇자국이 있다. 이 흉터는 사실 나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러나 엄마가 사진까지 보여주며, 얘가 물어 버린 거야, 하고 알려줬다. 우리 집에 놀러 온 이웃집 아이가 잘 놀다가 내 팔을 물어버린 것이다. 피가 났고 나는 울고 한바탕 난.. 2020. 9. 29.
[탱자] 시계에 걸린 탱자 엄마가 없던 어느 날이었다. 아빠는 느닷없이 노란 열매가 달린 꺾인 나뭇가지를 들고 들어왔다. 그리고 거실 벽걸이 시계에 걸어두었다. 사실 아빠와 나는 데면데면한 부녀 사이이다. 의외로 부녀 사이가 살갑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는데, 나와 아빠 또한 그러했다. 사춘기쯤부터 아빠와 거리를 두었고 특별히 부딪히거나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닌데. 자연스레 서로 말이 없는 부녀 사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아빠가 탱자를 가지고 왔을 때도 나는 흘깃 보고는 별 반응을 하지 않았다. 그게 무슨 열매 인지도 몰랐고, 내 눈에는 유자 혹은 귤의 한 종류로 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어디서 얻어온 거 유난스럽게 거실에 걸어둔 거라고 생각할 따름이었다. 그러나 아빠는 어딘가 신나 보였다. 좋은 것이라도 얻어 온 듯 기분이 .. 2020. 9. 18.
[가로수] 매일 같지 않은 길 나는 빽빽한 빌딩이 들어선 한복판으로 매일 출근한다. 저렇게 높은 빌딩이, 이렇게 넓은 길이 뭐가 좋냐고 퉁을 놓는 마음이기도 하지만. 평범한 직장인으로서는, 그나마 쾌적한 출근길이라는 것에 점점 감사하게 된다. 그렇다 매일 오고 가는 출퇴근길은 일상에서 몹시 중요한 것이다. 내가 출퇴근하는 길은 강남 한복판, 차도도 인도도 넓고 쾌적하게 나 있고, 커다란 빌딩이 높낮이를 다투며 들어서 있다. 그리고 일정한 거리마다 가로수가 심겨 있다. 매일 똑같은 길을 걸으면 기시감도 없을 만큼 매일 똑같아서 지겹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매일의 출근길은 매일 달랐다. 그래서 지금까지 근속 직장인의 삶을 사는지도 모르겠다. 겨울에 눈이 와도 길에 눈은 쌓이지 않았다. 잘 정비된 탓도 있겠지만, 이.. 2020. 9. 16.
[쑥] 절망도 잊게 하는 쑥버무리 나는 쑥떡을 좋아한다. 특히 절편, 쑥절편이나 쑥버무리, 쑥개떡 등 다른 속재료 없이 오로지 쑥향과 맛이 잘 나는 떡을 좋아한다. 쑥떡이라면 하루 종일 아니 매 끼니마다 나와도 잘 먹을 자신이 있을 정도이다. (진짜 그렇게 먹으면 물릴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된 데에는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먹어온 쑥 조기교육 덕분이다. 어릴 적부터 봄이면 우리 집에는 쑥향이 가득했다. 바깥보다 이르게 집안 곳곳 개나리 꽃이 피는 초봄이 지나고, 할머니의 노란 개나리가 치워지기 시작하면 이제 엄마의 쑥이 시작될 시간이었다. 엄마는 성당 활동에 꽤 열심이었다. 그리고 성당에서는 봄이면 근처 성지로 성지순례 실은 나들이를 떠났다. 그때마다 엄마는 집에서 제일 큰 배낭을 메고 갔다. 텅 빈 배낭을. 그리고 꼬박 반나절 하루를 .. 2020. 9. 15.
[벚꽃2] 봄밤 가득 꽃하늘 봄에 피는 벚꽃은 이리 펴도 예쁘고, 저리 펴도 예쁘다. 회사 근처에 공원이 있고 공원 안에는 키가 큰, 울창한 벚나무가 심겨 있다. 봄이 오고 키가 큰 벚나무에 꽃이 피면, 저 멀리 하늘에 꽃이 핀 듯 하늘거린다. 윤중로나 유명하다는 벚꽃 거리의 가로수 같은 크기의 벚나무가 아니라 정말 큰 벚나무이다. 애석하게도 공원 담장 안에 있어서, 짧은 점심 산책으로는 담장 밖에서 한껏 얼굴을 쳐들고 하늘 가까운 벚꽃을 쳐다볼 뿐이다. 봄에 피는 꽃은 다 예쁘다. 특히 이른 봄의 꽃들은 주로 흰꽃이 많다. 목련도 그렇고, 벚꽃도 흰 빛에 가깝고. 그런 꽃들은 밤에 봐야 예쁘다. 봄꽃은 밤에 봐야 제대로지! 봄꽃을 밤에 봐야 예쁘다는 것을 알려준 꽃은 목련이었다. 꽃은 다 예쁘다지만 나는 목련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 2020. 9. 14.
[텃밭] 노는 땅은 볼 수 없지 어릴 때 집에 할머니가 없으면 바로 베란다 창문을 열어봤다. 우리 집은 시영아파트 드넓은 단지 내에서도 외곽(표준어는 아니지만 더 적확한 표현이라면 ‘가생이’라고 하겠다.)에 자리한 동이어서 우리 집 베란다 창문을 열면 뒤편으로 마주한 물류공장 창고가 있었고. 그 사이에 자리한 조금 넓은 아파트 뒷 화단이 있었다. 그리고 그곳은 알음알음 아파트 아주머니들이 작은 밭을 일구는 자리였다. 할머니는 늘 그곳에 계셨다. 아파트 뒷 화단으로 들어서면 얼기설기 울타리를 쳐놓은 비슷한 크기의 밭이 두 개 있다.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이 우리 할머니 밭이었고 그 옆은 (기억으로는) 3층 아주머니네 밭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세 개의 큰 개나리 나무가 얽혀 만든 작은 개나리 동굴이 있었고, 그 개나리 동굴을 끼고돌면 왼.. 2020. 9. 13.
[미니해바라기] 쫄면 같은 하루 퇴근길에 쫄면이 먹고 싶었다. 분식집에서 맛볼 수 있는 쫄면이 유독 생각나는 금요일 퇴근길이다. 전철역에서 나와 집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24시간 분식집. 동네에서 유일하게 쫄면을 파는 곳이다. “쫄면 하나 포장이요.” 나의 주문은 간단했다. 쫄면, 포장. 계산을 하려 나온 아저씨에게 카드를 건네고, 피로가 몰려오는 눈에 힘을 주려 계산대 뒤 선반에 놓인 키 큰 미니해바라기를 바라보았다. 가게는 한산했고 TV에는 외국의 어느 축구리그의 경기가 재방송되고 있었다. 주방에 쫄면 주문을 넣은 아저씨는 해바라기를 보고 있는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내가 키운 건데, 요만하게 나더니 이만큼 컸어요.” 마스크를 쓴 터라 목소리가 둔탁하게 들려왔다. ‘아 예쁘네요’ 평소라면 의례적인 대꾸만 하고 휴대폰만 만지작 거렸을.. 2020. 9. 11.
[목화] 두고 보는 소중함 나는 생화를 좋아한다. 어느 때부터인가 드라이플라워나 인위적인 색을 입힌 안개꽃이 유행했다. 나는 별로 좋지 않았다. 드라이플라워는 꽃을 오래 둘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웠지만 나에게는 말린 오징어(물론 맛있지만) 또는 박제된 곤충과 같이 생기가 없는 손대면 바스러질 허망한 존재같이 생각되었다. 생화는 향기와 촉감 등이 살아 있다. 화분에 키운 꽃이 아닌 이상 나는 꽃다발, 꽃송이 등 꽃을 대할 때 화병에 꽂아두어 생기가 도는 때까지만 좋아했던 것이다. 시들기 시작하면 주저 없이 정리했다. 매정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각자 다양한 성격과 시선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꽃을 좋아하면서도 나는 꽃을 잘 말려 오래 보관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말린 꽃은 꼭 죽은 꽃을 미이라로 남겨두는 것 같아.. 2020. 9. 7.
[잔디밭2] 잡지를 읽던 공강의 자리 내가 다닌 대학의 단과대학 건물은 잔디밭이 넓었다. 캠퍼스 자체도 넓긴 했지만, 특히 예술대학 잔디밭은 건물 앞으로 뒤로 건물과 건물 사이로 꽤 넓었다. 신입생이던 그때에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잔디밭에 동그랗게 모여 앉아 첫인사를 나누었던 것이다. 그 잔디밭에 참 자주 있었다. 아직 낯가리던 새내기 시절, 수업이 끝나면 어디에 가 있어야 할지 방황하던 시간이었다. 과방이나 자료실 등은 낯설어 들어가기 쑥스럽고, 도서관에 가자니 날씨가 너무 좋던 봄이었다. 그때에 나는 힙합 음악을 좋아했다. 가사와 가수의 목소리가 또렷이 들리는 여타의 노래와 달리, 힙합이나 랩은 (나에게는) 가사를 이루는 발음과 가수의 목소리 또한 하나의 악기가 되어 다른 리듬과 함께 노래를 구성하는 요소로 어우러지는 게 좋았다. 돋보.. 2020. 9. 7.
[잔디밭1] 드러누으면 내 침실 어릴 적 사진 중에 내가 참 좋아하는 사진이 하나 있다. 유치원에 다니던 때의 사진이다. 유치원 단복은 위아래 노란색이었고, 빨간 체크 모자를 썼다. 좋아하는 그 사진은 내가 아파트 화단 잔디밭에 얌전히 앉아 있는 사진이다. 푸릇푸릇한 잔디밭 위에 노란 단복을 입은 어린 내가 수줍게 웃고 있다. 이 사진을 좋아하는 것은, 사진에는 이제 막 새로 풀을 뻗기 시작한 밝은 초록빛 잔디와 노란 옷의 색이 수줍게 웃는 내 얼굴과 참 잘 어울려서 이다. 이 사진은 옆 동에 사는 언니가 그날따라 유치원 단복을 입은 노란 옷의 내가 귀엽다고 찍어준 사진이라고 한다. 나도 살짝 기억이 나는 사람이다. 그때 시영아파트에는 나와 동갑내기들이 참 많았다. 15동에도 나와 동갑인 남자애가 하나 있었고, 나이 터울이 많이 나는 .. 2020. 9. 6.
[라일락] 먼저 오는 꽃 벚꽃이 꽃잎을 흩날릴 쯤이면, 이르게 어디선가 라일락 향이 먼저 온다. 라일락은 늘 꽃보다는 향기가 먼저 왔다. 점심 산책을 하던 중이면 어디선가 라일락 꽃향기가 났고 두리번 주변을 둘러보면 거기에 꽃이 있었다. 어느 해인가 몹시 아팠다. 누군가는 6개월이면 낫는다는 병이 내게는 오래 머물렀다. 몇 번인지도 기억나지 않을 주기로, 가장 독한 진통제를 시간마다 먹었고. 그래서 병원에 있던 아픈 동안의 기억이 별로 없다. 병은 서서히 나아갔고, 천천히 회복을 하며. 다시 출근을 시작하고 일상을 하나씩 회복하던 쯤이었다. 몸이 아프고 나니 이어서 마음의 후폭풍이 왔다. 몸이 아플 땐 몸만 아픈 게 아니더라. 한참 아프고 이제 몸은 괜찮다 싶었더니, 그간 지쳤던 마음이 영 회복을 못 했다. 서른 중반, 크고 작.. 2020. 9. 5.
[벚꽃1] 매해 같지 않은 꽃 꽃은 주로 계절과 함께 온다. 나는 한때 회사 점심시간마다 근처 공원을 산책했다. 그리고 산책하며 그곳에서 만나는 꽃마다 번호를 붙여 주었다. 1번 봄꽃은 산수유, 2번 봄꽃은 목련, 3번 봄꽃은 개나리와 진달래가 앞다투어 피어났다. 그리고 벚꽃이 피었다. 해마다 봄이면 전국 곳곳에서 벚꽃축제가 열린다. 사실 벚꽃이 예쁘다는 생각을 그리 하지 못했다. 꽃 축제에 가면 사람만 많지 정작 꽃은 제대로 볼 수도 없어서, 그다지 흥미를 갖지도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흐르며 마치 순번을 잊지 않았다는 듯 차례차례 피어나는 꽃들의 순서가 나는 더 흥미로웠다. 직장을 다니면 결국 나인 투 식스, 회사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정해진 시간 동안 건물에 갇혀 있어야 한다. 사무실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낸다는 게 나에게는 엄청.. 2020. 9. 4.
[박하] 손바닥에 스민 박하향 어릴 적 하도 온 동네 뛰어놀아서 모르는 풀과 꽃, 나무가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대부분은 열매를 맺거나 꽃이 피는 풀과 나무 외에는 잘 알지 못했다. 내 눈에 띄고 아는 것만 알았던 것이다. 자주 얘기했듯 유년 시절의 나는 알아주는 골목대장이었다. 같은 동에서도 라인에 따라 서로 패거리를 삼던 때였는데. 우리 라인의 동생이 옆 라인의 오빠에게 맞고 왔다는 얘기에 바로 쫓아가 발차기 한 방 날리고 왔을 정도였다. 지금에서야 한 가지 고백을 하자면 사실 엄청 무서웠다. 겁이 많아서 내가 맞으면 어떡하지, 걱정이 들었는데. 나를 따라오는 같은 라인의 아이들의 눈빛이 내게 힘을 줬던 것 같다. 에라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발을 찼는데, 키만 멀대같이 큰 옆라인의 오빠는 겁을 먹었던 것 같다. 서로 마음.. 2020. 9. 1.
[사루비아] 텃밭을 일구고 뛰어놀던 소꿉놀이, 어린 시절 제일 많이 했던 놀이다. 엄마 아빠, 가족의 개념으로 놀기보다는. 화단을 꽃 풀을 빻아 판판한 돌멩이에 얹어두고 서로 대접하기 바빴던 놀이였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것들에도 우리는 나름대로, 이건 국수야, 이건 수프야. 이름을 붙여 대접했다. 그러나 뭔가 서로 엇갈리면, ‘야아~ 그건 이거야아~ 내가 이렇게 한 거란 말이야아~’ 하며 친구의 손길을 가로막곤 했다. 그렇게 놀다가 배고프지도 않으면서 우리는 사루비아 꽁지를 쪽쪽 빨았다. 사실은 혀 끝에 닿는 달콤함,으로 끝나는 맛이다. 작은 사루비아 꽃은 어린 내 혀에 닿으면 바로 닳아 없어지는 작은 달콤함을 가졌다. 빨간 꽃은 두 겹으로 되어 있고, 그중 속꽃으로 보이는 기다란 꽃을 잘 뽑아내면 그 끝은 달콤한 꿀(이라고 생각한 것)이.. 2020. 8. 31.
[꽃잔디] 아늑한 집의 필수품 대학 3학년 때 새 자취방을 잡고, 제일 먼저 한 일은 근처 재래시장 꽃집에 간 것이었다. 이리저리 보다가 작은 꽃이 옹기종기 모여 핀 것이 외롭지 않아 보이고 또 키우기 쉽다는 말에 순순히, 꽃잔디를 들고 왔다. 색연필로 빗대면 연보라색 정도의 보랏빛인 꽃잔디이다. 볕이 잘 드는 창가에 올려두고 오며 가며 한 번씩 들여다봤다. 평소에도 나는 창밖을 보며 멍 때리기를 좋아했다. 그러나 그 집에서는 창가에 TV를 두며 창밖을 보기 수월치 않았다. 그러나 꽃잔디 덕분에 한 번이라도 더 창가를 서성일 수 있었다. 평소 화분을 잘 키운 것도 아니면서 왜 덜컥 꽃잔디를 사 왔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새로 지내게 된 원룸이 아늑했고, 창가에 꽃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화병을 두고 자주 새 꽃을 .. 2020. 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