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16 새 삶이 열리는 신앙의 문┃갈매못 성지 갈매못 성지는 바다 앞에 자리한다. 그곳의 모래는 여느 바다와 다르다. 오래 전, 가톨릭 박해와 수많은 처형이 이곳에서 이루어졌다. 처형 당한 시신은 그대로 바다에 버려졌다. 그래서 이곳 모래에는 늘 붉은 피가 흥건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노을이 붉은 갈매못 앞 바다이다. 갈매못에서 많은 순교자들이 처형 당했다. 이곳이 형장이 된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흥선 대원군이 서양 오랑캐를 내친다는 의미로 프랑스 함대가 정박했던 외연도와 가까운 곳에서 다블뤼 주교와 황석두 루카 등 많은 천주교인을 처형했다. 또 하나는 당시 고종의 국혼을 앞두고 궁중 무당들이 한양과 멀리 떨어진 곳으로 사형수를 보내 형을 집행하라는 점괘를 따른 것이라 한다. 이후 잊혀진 자리였다가 1926년에 치명터가 .. 2024. 10. 10. 실천적 신앙이 숨쉬는 곳┃갑곶 성지 강화도는 그 자체로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선사시대 유적부터 외세의 침략을 지켜낸 역사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또 그 안에는 문화, 예술, 신앙 등 다양한 것을 작은 섬이 품고 있다. 한국 천주교회의 역사도 빠지지 않는다. 강화도 순교의 역사 시작 미국 상선 제너럴 셔먼호가 불에 타 침몰하는 사건을 계기로 대원군은 천주교 박해를 더욱 강화한다. 이에 미국이 강화도를 공격하는 신미양요가 발생한다. 특히 갑곶 나루터는 당시 많은 신자들의 목을 베어 말뚝에 매다는 효수터가 되었다. 서울에서 옥살이 하던 신자들이 이곳으로 호송되어 효수 당한 것이다. 그러나 갑곶 성지에 순교의 역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순교 성인들의 행적을 증언하고, 인천에서 전교 활동을 하다 순교한 박순집 베드로의 신앙이 .. 2024. 10. 8. 높다란 아파트 속 성가정의 힘┃당고개 성지 높다란 아파트 속 성가정의 힘당고개 성지 아파트 단지 한복판에 성지가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그것도 서울의 중심이라 할 만한 곳에 말이다. 당고개 순교 성지는 매끈하게 지어진 아파트 단지 한가운데 자리한다. 높은 아파트 속에서 우리가 바라봐야 할 것은 무엇인지 성지는 묻고 있다. 당고개 성지는 대표적인 순교 성지이다. 기해박해 때 이틀 동안 천주교 신자 열 명이 처형 당한 곳이다. 그 중 아홉 분이 성인품에 올랐다. 우리나라 두 번째 사제인 최양업 신부의 어머니, 이성례 마리아 또한 이곳에서 처형 당했다. 박해 시절 받아들 최양업을 제외한 다섯 자식과 함께 옥에 갇힌 이성례 마리아는 자식을 살리기 위해 배교를 하고 옥에서 나온다. 자식들을 무사히 안전한 곳에 피신 시킨 후, 자신은 신앙의 믿음을.. 2024. 10. 3. 신앙의 불꽃이 타올랐던 그곳┃수리산 성지 신앙의 불꽃이 타올랐던 그곳수리산 성지 이곳을 찾았을 때 엄마와 함께 였다. 내 생일을 맞아 엄마에게 내 소원은 엄마랑 놀러가는 것이라 말하며 하루 시간을 내어 온 곳이었다. 아직 햇볓은 뜨거웠지만 나뭇잎이 무성하여 그늘이 많았다. 엄마는 한옥으로 지어진 고택 성당에 앉아 기도를 드렸다. 수리산은 예로부터 ‘담배골’ 또는 ‘병목골’로 불리며 외부와 단절된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박해 시대 신자들의 피난처가 되었다. 특히 신유박해 이후에는 더 많은 신자들이 모여 교우촌을 이루었다. 이곳은 최양업 신부의 부모인 최경환 프린치스코와 이성례 마리아의 신앙이 짙게 베어 있는 곳으로, 성지에 조성된 십자가의 길은 이들 부부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 더욱 의미가 깊다. 최경환은 세속에 대한 관심을 성실한 신.. 2024. 9. 24. 한국 천주교회의 요람┃은이성지 한국 천주교회의 요람은이성지 넓은 잔디밭에는 하얀 성당이 하나 해맑게 서 있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면 오래된 대들보와 기둥이 반갑게 맞이한다. 복원하며 새로 세워진 기둥과 오래전부터 성당이었던 기둥이 어우러져, 성당 안은 오붓하고 따스하다. 오래된 기둥에 손을 대어 본다. 아주 오래전 이 기둥은 김대건 신부를 만났으리라 생각하며. ‘은이’라는 지명은 ‘숨겨진 동네’ 또는 ‘숨어 있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조선 시대 천주교 신자들이 박해를 피해 숨어 살던 곳으로, 이곳에 교우촌이 형성되어 자연스럽게 이러한 이름이 붙여졌다. ‘은이’는 박해 속에서도 신앙을 지켜온 신자들의 굳건한 의지와 신앙 공동체의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상징하기도 하다. 은이 성지는 한국 천주교회의 시작과 깊게 연결된 곳이다. 김대.. 2024. 9. 19. 흰쌀밥 같은 신앙┃단내 성지 흰쌀밥 같은 신앙- 단내 성지 우연이 이끈 발걸음이었다. 성가정 성지, 교우촌 성지라는 것을 처음 알게 해준 곳. 화려하거나 특별한 멋이 넘치는 것은 아니지만, 밥상에 꼭 있는 흰살밥처럼 단순하고 고요한 마음을 이곳에서 만났다. 복잡한 마음 미뤄두고 “이리 와, 밥 먹자.”라고 말해줄 것 같은 고향 친구 하나 거기 있을 것 같다. 우연한 계기로 이천에 방문하여 볼일을 마치고 여유 시간에 무엇을 할까 검색을 해보았다. 이천 맛집, 가 볼만한 곳 등등. 검색 끝에 멀지 않은 곳에 작은 성지가 하나 있음을 발견했다. 곧바로 차에 올랐다. 카페나 관광지 보다는 고요한 곳에 가고 싶었다. 마음에 어지러움이 조금 남은 그런 날, 이천 시내에서 차로 20분 가량 달리면 만나는 단내 성지로 향했다. 피와 죽음.. 2024. 8. 8. 믿음이 자라는 고향 집 ┃마재성지 믿음이 자라는 고향 집- 마재성지 양평에 가면 꼭 들리게 되는 곳이 있다. 아담한 옛날 집과 과실나무가 곳곳에 자리한 마당이 반겨주는 곳. 블루베리 나무에서 열매 몇 줌 손에 쥔 할머니가 “우리 손녀 왔어”하며 손 흔드실 것만 같다. 고단한 마음을 포근하게 안아주는 믿음이 자라는 고향집이다. 남양주시 조안면에 자리한 마재성지는 다섯 분의 성인과 관련이 있는 곳이다. 복자 정약종 아우구스티노는 다산 정약용의 형이다. 형제 중 제일 늦게 세례를 받았지만 제일 굳건한 신앙을 가졌다. 마재는 정약종이 세례를 받으며 당시 천주교를 반대했던 문중의 박해를 피해 한강을 건너 피신 온 곳이다. 이곳에서 아내와 자녀 모두 세례를 받고 이후 성인 품에 올랐다. 성녀 유조이 체칠리아, 성녀 정정혜 엘리사벳, 성 정하.. 2024. 8. 6. 한국 성인 신앙의 삶 한국 천주교회는 신앙의 시작과 동시에 박해를 겪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발적 신앙의 확산과 평신도 중심의 활발한 성장이라는 밝음에는 박해라는 어둠이 있었다. 당시 조선의 조정은 초기에는 가톨릭에 호의적이었다. 그러나 서양 세력에 대한 배척과 유교 질서 확립을 공고히 하며 가톨릭은 탄압의 대상이 되었다. 신유박해를 시작으로 가톨릭은 유교의 대척점 그리고 서양 세력 선봉의 상징이 되어 박해를 받았다. 그러나 이미 조선에는 한국 천주교의 신앙이 살아 숨쉬고 있었다. 신분과 남녀 등 차별을 넘어 많은 백성들이 가톨릭 신앙의 길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박해를 피해 곳곳으로 숨어들어 교우촌을 형성했다. 누군가는 누리고 있던 부와 권세를, 누군가는 핍박에 쫓기는 신분을 내려놓고, 천주 안에서 모두가 평등한.. 2024. 7. 31. 따라가자, 한국 천주교회 신앙의 길 우리나라는 자생적인 가톨릭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는 전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자랑할 만한 일이다. 서구 열강이 동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던 때에 우리나라는 그들에게 매력적인 나라는 아니었다. 중국이라는 큰 나라와 일찍이 교역을 시작한 일본 사이에 있는 작은 나라, 조선. 선교사들에게도 중국과 일본으로의 선교가 우선이었지 조선은 아직 미지의 나라일 뿐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선조들은 중국을 통해 이미 천주교를 접하고 있었다. 실학의 성장으로 서양의 학문을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일어나고 있었고, 그렇게 ‘천주실의’도 우리나라 선비들에게 읽혀지기 시작했다. 세상의 이치와 인간의 평등함을 담은 ‘천주실의’에 대한 궁금증은 선비들을 당시 청나라에 있던 선교사와 신부님을 찾아가게 했다. 그들의 만.. 2024. 7. 24. 여는 글 시작부터 곧바로 말하자면, 이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우리나라 가톨릭(천주교회)의 성지 여행 안내이다.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짧게는 하루, 길면 일주일 이상씩 우리나라 곳곳 여행하기를 좋아한다. 매주 꾸준히 다닌다고 말하기는 어려우나, 시간을 모아 되도록 밖으로 나가려 한다. 집 밖으로, 서울 밖으로 나가다보면 나의 여행은 늘 토, 일 주말을 끼고 다니기 일쑤이다. 천주교 신자인 나는 일요일 미사를 위해 여행지 근처 성당을 찾았다. 어디를 가든, 국내/국외 상관없이 성당이 있으면 주일 미사를 드릴 수 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여행을 가는 지역의 성당, 성지를 여행 코스처럼 찾아다니게 되었다. ‘기왕 간 김에’라는 마음으로 자주 찾기 어려운 성당 성지를 여행의 일부로 포함한 것이다. 서울내기라 서울 밖.. 2024. 7. 16. [루르드] 미션 완수! 23.09.12 나에게 주어진 미션을 성공하랏 이동만으로 꼬박 24시간을 채운 듯한 하루를 보내고 나는 그대로 곯아 떨어졌다. 그래도 편안한 분위기와 낯선 곳인데도 익숙한 느낌에 푹 꿀잠 잘 수 있었다. 푹 자고 일어났는데도 이른 시간이었다. 아직 시차가 남아있던 건가. 덕분에 늦지 않게 조식을 먹을 수 있었다. 루르드에서 묶은 호텔 플레장스(쁠레장스)는 조식을 포함해서 세 끼 식사가 프랑스 식으로 준비된다. 이점은 잘 알지 못하고 예약을 했던 터인데, 덕분에 식사 고민이 줄어 다행이었다. 조식을 먹으러 내려가며, 나는 으레 호텔에서 그렇듯 빵, 과일, 요거트, 시리얼 등으로 채워진 조식을 예상했다. 그러나 내 자리에는 그릇이 정갈하게 셋팅 되어 있었고 준비된 코스인 듯 아버지 직원이 차례차례 음식을 가.. 2024. 1. 3. 영상) 22년 사순과 부활의 기록 2022년 사순을 지내며 매일 '단식' 책과 '사순묵상' 책을 읽었다. 잠들기 전 루틴으로 만들어 하루도 빠짐 없이 읽었다. 묵상은 부족하지만, 하루의 한 조각을 나름대로의 사순 실천으로 채우니 부활을 맞이하는 마음가짐이 남달라져 영상을 만들어보았다. 매년 보내는 사순과 맞이하는 부활이지만 이렇게 또 새로운 사순과 부활을 맞이할 수 있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2022. 5. 24. 동해, 천곡동 성당: 19년 10월 어느 곳을 가든 가까운 곳에 위치한 성지나 성당을 검색하는 것이 버릇이 되었다.답답하던 속을 달래려 무작정 버스에 올라탄 그 날도,동해시에 버스가 도착하며 나는 바로 터미널에서 가까운 성당을 검색했다. 성당을 찾아 들어가는 길,가파른 오르막길에 숨이 차오르고 약간의 투정이 터져나오려 할 때쯤맞은 편에서 내려오던 어느 신자분과 좁은 길에서 마주쳤다.그분은 환히 웃으며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넸다.그리고 내 마음의 투정이 싹 가셨다.한 낮의 환한 웃음을 건넨 신자분의 인사는벌써 이 성당을 좋아하게 만들었다. 교중미사 후 혼배미사가 있는지, 대성전 안은 분주했다.청소를 하시는 신자분들과,혼배용 제대를 꾸미는 손길들성전을 가득채운 스테인드글라스그리고 빛환하고 아름다운 성당이었다. 동해시 고속터.. 2019. 11. 16. 제주, 애월성당 : 16년02월 애월성당 애월에 있는 작은 성당이다. 이곳을 찾아간 건 스테인글라스. 애월성당의 스테인글라스가 아름답다는 걸 검색을 통해 알게 됐다. 마침 가는 길에 들려볼 수 있는 곳 주저 않고 갔다. 그리고 가길 정말 잘했다. 스테인글라스가 너무 아름다운 성당이다. 2월은 모두가 휴식을 갖는 한적한 달이다. 성당에 들어서는 나를 제일 먼저 반긴 것은 동네 꼬마들이었다. 엄마를 따라 혹은 할머니를 따라 온 아이들은 성당 마당을 놀이터 마냥 뛰어놀았다. 그 모습이 좋았다. 누구나 갖고 있는 유년의 기억. 어떤 이라도 단 한번은 동네 친구들과 별거 아닌 일로 깔깔 웃으며 뛰어놀았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아이들은 평일 한낮에 차를 끌고 성당으로 들어오는 낯선이를 신기하게 쳐다봤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평범한 마을에 관광객.. 2016. 8. 13. 제주, 새미 은총의 동산(이시돌 성지) : 16년02월 제주도에는 이시돌 목장, 이시돌 성지가 있다. 이름난 성지 중 하나이다. 우선, 가톨릭에는 '피정'이란 것이 있는데. 쉬운 말로 하면 절에서 하는 '템플스테이'와 비슷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신자만 참여 가능하다는 것(꼭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피정은 신자만을 대상으로 한다)이다. 가톨릭 굿뉴스에서 검색한 피정의 내용이다. "가톨릭 신자들이 자신들의 영신생활에 필요한 결정이나 새로운 쇄신을 위해, 어느 기간 동안 일상적인 생활의 모든 업무에서 벗어나 묵상과 자기 성찰기도 등 종교적 수련을 할 수 있는 고요한 곳으로 물러남을 말한다. 피정의 장소로는 성당이나 수도원, 피정의 집 등이 이용된다. 피정은 원래 그리스도교보다 더 오래 전부터 있었으나 예수 그리스도가 광야에서 40일간 단식하며 기.. 2016. 8. 13. 제주, 우도성당 : 16년02월 우도에는 천주교 성당이 있다. 우도성당. 우도에서 1박을 하는 김에, 아침 산책으로 우도 성당에 찾아갔다. 성당은 우도 안쪽에 있고, 밭과 낮은 돌담을 따라 간단한 산책길이 되었다. 돌아오는 길은, 들개 두 마리의 에스코트 혹은 위협과 함께 였지만......ㅠㅠ 2016. 7. 1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