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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가톨릭

내 안의 성으로 들어가는 열쇠 – 예수의 성녀 데레사를 기억하며

by 혜.리영 2026. 10. 15.

마음 안에 단단한 성(城) 하나를 짓는 일.

세상의 무성한 소란에 휘둘리지 않고, 내면 깊은 궁전으로 들어가는 조용한 열쇠입니다. 신앙은 거창한 관념이 아니라, 하느님이라는 우물가에서 영혼의 갈증을 치열하게 적시는 일이 아닐까요. 가을바람이 서늘해지는 계절, 내 영혼의 가장 깊은 방으로 들어가 뜨거운 기도의 불꽃을 다듬어 보는 날입니다.

10월 15일, 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 학자 기념일

10월 15일은 가톨릭 전례력의 의무 기념일인 '예수의 성녀 데레사(St. Teresa of Ávila, 1515~1582) 동정 학자 기념일'입니다.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 또는 '대(大)데레사'로 불리는 성녀는 맨발 카르멜 수도회의 개혁을 이끌며 새 수녀원들을 세운 관상 기도의 스승입니다.

1970년 여성 최초로 교회학자로 선포되었고, 《영혼의 성》과 《자서전》 등 깊은 신비적 영성이 담긴 저술을 남겼습니다. 10월 15일이 기념일이 된 데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성녀가 선종한 1582년 10월, 달력이 율리우스력에서 그레고리오력으로 바뀌면서 10월 4일 다음 날이 15일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2026년 10월 15일은 목요일입니다. 주말을 향해 가는 길목에서 산란해진 마음을 다잡고, 내면의 성 안에서 정갈한 기도를 바쳐 보면 좋겠습니다.

영혼의 성을 지은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 수도원

성벽에 둘러싸인 기도의 도시

중세의 단단한 성벽이 도시 전체를 기품 있게 감싸고 있는 도성을 떠올립니다. "아무것도 너를 흔들지 못하게 하라"는 성녀의 의연하고 뜨거운 목소리가 지금도 들려오는 듯한 곳, 치열한 기도와 수도 개혁의 숨결이 스며 있는 스페인의 오래된 성지로 오늘은 마음의 시선을 옮겨 봅니다.

여행지 추천: 스페인 아빌라, 성녀 데레사의 자취를 따라

성녀 데레사 성당·수도원 (Convent of Saint Teresa) & 강생 수도원 (Monastery of the Incarnation)

  • 왜 이곳인가요?
    성녀가 태어나 자라고, 수녀로서 기도의 기틀을 다지며 수도회 개혁의 기치를 높이 들었던 가톨릭 성지입니다.
  •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
    아빌라를 둘러싼 웅장한 중세 성벽은 도시 전체를 한눈에 느끼게 해 줍니다. 성녀의 생가 터에 세워진 성 데레사 성당·수도원은 깊은 정적을 안겨 줍니다. 성녀가 수녀로 오래 머물렀던 강생 수도원에서는 소박한 수녀원 방을 보며 기도의 깊이를 묵상해 볼 수 있습니다. 10월 카스티야 고원의 서늘한 바람 속에서 걷기에 알맞은 길입니다.
  • 여행 팁
    성벽 길을 천천히 걸으며 일상의 소란을 내려놓고 내면의 신앙을 정돈해 보세요. 성녀의 시로 전해지는 "아무것도 너를 흔들지 못하게 하라"를 나직이 되뇌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성녀가 처음 세운 개혁 수녀원인 성 요셉 수도원이 같은 도시에 있고, 성녀의 유해는 인근 알바 데 토르메스에 모셔져 있으니 일정에 함께 넣어 보세요.

내 안에 성 하나를 지어 가는 일은 오늘의 짧은 기도에서 시작됩니다. 이번 기념일에는 잠시 소란에서 물러나 내 영혼의 가장 깊은 방으로 들어가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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