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부서질 때 비로소 빵이 됩니다.
"나는 하느님의 밀이니, 맹수의 이에 갈려 그리스도의 깨끗한 빵이 되기를 바랍니다." 나직하면서도 강렬했던 이 고백에는, 자신의 생명을 삼킬 맹수 앞에서도 영혼의 품격을 잃지 않은 굳건함이 담겨 있습니다. 가을빛이 깊어지는 날, 두려움을 비워 내고 참된 신념의 단단함에 나를 매어 보는 시간입니다.
10월 17일, 안티오키아 성 이냐시오 주교 순교자 기념일
10월 17일은 가톨릭 전례력의 의무 기념일인 '안티오키아 성 이냐시오(St. Ignatius of Antioch, ?~107년경) 주교 순교자 기념일'입니다. 전승에 따르면 성인은 사도 요한의 제자이자 안티오키아의 제3대 주교였습니다. 트라야누스 황제 때 로마로 압송되어 원형경기장에서 맹수들에게 던져져 순교했고, 전통적으로 그 장소는 콜로세움으로 전해집니다.
성인은 압송되는 길에 일곱 편의 서간을 남겼습니다. 이 글들은 교회의 일치와 올바른 교리, 순교의 거룩한 가치를 일깨우는 초대 교회의 귀한 증언입니다.
2026년 10월 17일은 토요일입니다. 주말의 입구에서 시련 앞에서도 진리를 향해 담대히 걸어간 교부의 신앙을 묵상해 보면 좋겠습니다.

초대 교회의 숨결이 머무는 곳
맹수의 이빨 아래서도 그리스도를 향한 사랑을 놓지 않았던 초대 교회의 숨결을 떠올립니다. 순교의 피로 바쳐진 신앙이 침묵 속에 지금도 살아 숨 쉬는 곳, 초대 교회의 고요한 정적과 성인의 안식처가 자리한 로마의 오래된 성전으로 오늘은 마음의 시선을 옮겨 봅니다.
여행지 추천: 이탈리아 로마, 산 클레멘테 대성전
산 클레멘테 대성전 (Basilica di San Clemente)
- 왜 이곳인가요?
콜로세움에서 멀지 않은 이 성당의 주제단 아래에는 안티오키아 성 이냐시오의 주요 유해가 교황 성 클레멘스 1세의 유해와 함께 모셔져 있다고 전해집니다. -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
이 성당은 4세기의 하부 성당 위에 12세기 성당이 겹쳐 세워진 곳으로, 지하에는 고대 로마의 주택과 미트라 신전까지 이어집니다. 겹겹이 쌓인 신앙의 흔적 속에서 초대 교회의 숨결을 느낄 수 있습니다. 위층 성당의 앱스(제단 뒤 반원 공간)를 가득 채운 12세기 모자이크는 십자가와 덩굴이 어우러진 화려한 장면으로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 여행 팁
제단 앞 기도석에 앉아 성인이 서간에 남긴 문장들을 조용히 떠올려 보세요. 내 삶을 단단하게 받쳐 줄 신념의 고백을 나직이 바쳐 보는 것도 좋습니다. 지하 하부 성당과 유적은 입장료를 받는 별도 구역이라, 방문 전에 개방 시간을 확인해 두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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