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사랑은 말이 되는 순간 가벼워진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입을 다물고 몸을 움직인다. 말 대신 행동으로 문장을 쓴다.
소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말들이 허공에 흩어지는 것을 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문득, 조용히 움직이는 사람들이 그리워진다.
직장에서 9시부터 6시까지. 정해진 궤도를 성실히 도는 일상은 때로 회색빛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반복을 가능하게 하는 건 조용히 움직이는 누군가의 손길이다.
내가 출근하기 전 깨끗하게 닦여 있는 복도. 오류 없이 돌아가는 시스템. 그 이면에는 말없이 책임을 다하는 이들이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
3월 19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베필 성요셉 대축일이다. 나는 성경 속에서 단 한마디도 남기지 않았던 한 남자를 생각한다. 성경은 그의 목소리 대신, 조용히 움직이는 그의 발걸음을 기록했다.
"요셉은 잠에서 깨어나 주님의 천사가 명령한 대로 아내를 맞아들였다." (마태오 1,24)
그는 천사의 말을 듣고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의구심이 생길 법한 상황에서도 침묵 속에서 하느님의 뜻을 읽어냈다. 그리고 곧장 몸을 움직여 가족을 지켰다.
여행지에서 만난 오래된 성당의 기둥 같은 존재.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처럼 빛나지는 않지만, 그 모든 빛을 지탱하기 위해 묵묵히 하중을 견뎌내는 단단한 주춧돌. 그것이 내가 묵상한 성요셉의 모습이다.
나의 일상도 누군가의 조용한 움직임 덕분에 유지되고 있다. 내가 길을 잃지 않도록 이정표를 세워준 이들.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렇게 조용히 움직이는 사람이 되어주고 있는지 자문해 본다.
거창한 선교의 언어가 아니더라도 괜찮다. 내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신뢰를 지켜내는 것. 그 조용한 움직임 자체가 가장 밀도 높은 기도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삶은 때로 거친 풍랑을 만나는 여행 같다. 하지만 우리 곁에는 늘 말없이 겉옷을 벗어 바람을 막아주는 성요셉의 전구가 함께한다.
오늘 하루, 많은 말 대신 조용히 움직이는 사랑으로 살아가고 싶다.
오늘 하루 중, 누군가의 말 없는 배려를 느꼈던 순간이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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