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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이 지금

주님 부활 대축일,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마음

by 혜.리영 2026. 4. 5.

 

주님 부활 대축일은 가톨릭 교회에서 가장 큰 축일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날이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죽으셨고,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셨다고 교회는 믿는다. 이 사건을 가톨릭에서는 파스카 신비라고 부른다.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하나의 구원 사건으로 이해하는 믿음이다. 

그래서 부활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다. 슬픔 이후에 찾아오는 기쁨, 실패 이후에 가능한 새 출발을 상징한다. 가톨릭 신앙의 중심에는 언제나 이 부활이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회사에 다닌다.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정해진 자리에 앉아, 정해진 일들을 처리한다. 하루가 빠르게 지나간다. 주말이 되면 가방을 챙긴다. 멀지 않은 도시로 떠난다. 골목을 걷고, 성당을 들여다보고, 카페 한구석에서 노트를 펼친다. 나는 주중 직장인이고, 주말 여행작가다. 두 삶이 나란히 붙어 있다.

부활을 생각하면 늘 일요일이 떠오른다.

성금요일은 끝난 것 같은 날이다. 모든 것이 무너진 듯 보이는 시간. 성토요일은 조용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침묵을 지나 부활이 온다.

한 주의 흐름과 닮았다.

지친 금요일 밤.
아무 계획 없는 토요일 오후.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일요일 아침.

부활은 극적인 반전이라기보다, 다시 일어나는 힘에 가깝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는 일이 아니라, 같은 자리에서 다시 숨을 고르는 일. 

회사에서의 나는 때때로 작아진다. 성과와 평가, 숫자와 일정 앞에서 마음이 조급해진다. 여행지에서의 나는 조금 느슨해진다. 낯선 길을 걷고, 오래된 성당의 의자에 앉아 조용히 기도한다.

두 모습 모두 나다.

부활은 그 둘을 갈라놓지 않는다. 오히려 하나로 묶는다. 일상의 자리에서도, 여행지의 풍경 속에서도, 하느님은 같은 하느님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올해 부활을 맞으며 나는 거창한 결심을 하지 않는다.
더 열심히, 더 잘 살겠다는 다짐 대신, 다시 시작하겠다는 마음을 가진다.

쓰다 멈춘 문장을 이어 쓰겠다는 마음.
지쳤다고 미뤄둔 기도를 다시 시작하겠다는 마음.
사랑을 표현하는 일을 미루지 않겠다는 마음.

주님 부활 대축일은 교회 안에서 흰빛으로 드러난다. 부활초가 밝게 타오르고, “알렐루야”가 다시 울린다. 사순 시기 동안 삼켜두었던 기쁨이 입 밖으로 나온다. 여행은 멀리 가야만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부활도 거창해야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다시 출근하는 발걸음.
다시 노트를 펼치는 손끝.

그 작은 움직임 속에,
나는 올해의 부활을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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