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활절이 지나고 일주일 뒤, 가톨릭 교회는 또 하나의 특별한 날을 맞이합니다. 바로 하느님의 자비 주일입니다.
하느님의 자비 주일이란?
하느님의 자비 주일은 가톨릭 교회가 부활 제2주일, 곧 주님 부활 대축일 다음 주일에 지내는 공식 축일입니다. 2000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전 세계 교회를 위해 이 날을 전례력에 포함시켰습니다. 그래서 이 날은 보편 교회가 함께 지내는 축일입니다.
이 날의 핵심은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은 인간을 심판보다 자비로 대하신다는 믿음.
가톨릭에서 ‘자비’는 단순한 동정이나 감정이 아닙니다. 죄를 용서하시고, 다시 시작할 기회를 주시는 하느님의 적극적인 사랑을 뜻합니다.
부활과 자비의 연결
부활이 “죽음을 이기신 생명”이라면, 하느님의 자비 주일은 “그 생명을 죄인에게 다시 건네시는 사랑”을 묵상하는 날입니다.
부활은 사건이고, 자비는 그 사건이 우리에게 닿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많은 신자들은 이날 고해성사를 보고, 미사에 더욱 정성껏 참여합니다. 용서를 받은 사람으로서 자비를 실천하겠다고 다짐합니다.
이 날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주는 질문
‘하느님의 자비’라는 말은 종교적인 표현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질문은 아주 인간적입니다.
우리는 실수한 사람을 다시 받아들일 수 있는가.
우리는 한 번의 잘못으로 누군가를 단정하지 않을 수 있는가.
우리는 스스로에게 다시 시작할 기회를 줄 수 있는가.
현대 사회는 빠르게 판단합니다. 결과로 사람을 설명하고, 실패로 사람을 정의합니다. 그래서 자비는 종종 약함처럼 오해받습니다.
그러나 가톨릭에서 말하는 자비는 약함이 아닙니다. 잘못을 없던 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잘못 이후에도 관계를 포기하지 않는 사랑입니다. 심판을 미루는 태도가 아니라, 회복을 선택하는 의지입니다.
하느님의 자비 주일은 결국 이렇게 묻는 날입니다.
나는 오늘, 누구에게 다시 기회를 줄 수 있는가.
그리고 나는 나 자신을 어디까지 용서할 수 있는가.
오늘,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자비
신앙 여부와 상관없이, 이렇게 실천해 볼 수 있습니다.
- 즉각적인 판단을 미루기
누군가의 행동을 단정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 보기. - 용서 연습하기
크지 않은 서운함부터 오래 붙잡지 않기. - 자기 자신에게도 자비 베풀기
실패한 하루를 두고 자책하기보다, 여기까지 온 자신을 인정해 보기. - 작은 친절 실천하기
설명을 한 번 더 해주기.
기다려주기.
고맙다고 말하기.
가톨릭 신앙에서 자비는 하느님에게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사람을 통해 사람에게로 흘러갑니다.
하느님의 자비 주일은 이렇게 선포합니다.
넘어졌다면, 다시 일어나도 된다고.
멀어졌다면, 돌아와도 된다고.
실수했다면, 다시 시작해도 된다고.
교회는 이 믿음을 부활 다음 주일에 다시 한 번 또렷하게 말합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신다고.
'매일이 지금'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성소 주일, 나는 무엇으로 불리고 있는가 (0) | 2026.04.26 |
|---|---|
| 마르코처럼, 조용한 나의 기록들 (1) | 2026.04.25 |
| 주님 부활 대축일,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마음 (1) | 2026.04.05 |
| 성목요일, 성금요일, 성토요일 (1) | 2026.04.03 |
| 가톨릭 성삼일(聖三日, Triduum Sacrum)이란 무엇인가 (0) | 2026.04.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