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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이 지금

마르코처럼, 조용한 나의 기록들

by 혜.리영 2026. 4. 25.

― 기록하는 사람에 대하여

4월 25일은 마르코 복음사가 축일이다. 가톨릭 교회는 이날, 『마르코 복음서』를 기록한 성인을 기념한다.

마르코는 초대교회의 인물이다. 전승에 따르면 그는 성 베드로의 설교를 가까이에서 듣고, 그 증언을 글로 정리했다.
그렇게 탄생한 책이 『마르코 복음서』다. 신약성경 네 복음서 가운데 가장 먼저 기록된 복음서로 여겨진다.

그의 복음서는 짧다. 간결하다. 빠르게 흘러간다. 설명보다 사건이 먼저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난받는 예수님을 정면으로 보여준다.

마르코는 ‘주인공’이 아니다. 그는 기록자다.
곁에 있던 사람.
들은 것을 옮긴 사람.
그러나 그 기록은, 2천 년을 건너왔다.

나는 주중에는 직장인이다. 주말에는 여행을 다닌다. 그리고 틈틈이 글을 쓴다.

내가 쓰는 글은 복음서가 아니다. 누군가의 설교를 받아 적지도 않는다. 다만, 내가 보고 들은 것들을 남긴다.
순례길의 바람.
낯선 도시의 공기.
성당의 침묵.
일상의 피로.

가끔은 묻는다. 이 기록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럴 때 마르코를 떠올린다. 그는 거창한 설명 대신, 들은 이야기를 붙잡았다.
화려하게 꾸미기보다, 사실을 놓치지 않았다. 하느님께서 역사 안에서 하신 일을, 인간의 언어로 옮겼다. 

기록은 믿음의 행위일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믿는 일. 하느님께서 오늘도 일하고 계신다고 믿는 일.

나는 여행지에서 노트를 펼친다. 카페 구석에서 문장을 적는다. 퇴근 후 피곤한 몸으로 키보드를 두드린다. 어쩌면 나 역시, 작은 기록자다.

마르코의 상징은 사자다. 힘과 용기의 상징. 복음의 첫 문장은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로 시작한다. 담대하다.

기록하는 일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보이는 것을 적는 용기.
느낀 것을 숨기지 않는 용기.
하느님이 내 삶 안에서도 일하신다는 것을 인정하는 용기.

복음서는 거창한 이야기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길 위의 발걸음, 식탁의 대화, 눈물, 침묵, 그리고 십자가.

내 글도 그렇다.
회사와 집 사이, 지하철과 공항 사이, 성당과 카페 사이에서 태어난다.

4월 25일, 마르코 복음사가 축일.

나는 오늘도 기록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짧아도. 서툴러도.

하느님이 내 하루 안에 계셨다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가, 내 문장 속에서
자기 하루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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