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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이 지금

[예수성심성월] 심장이 다시 뛰는 시간

by 혜.리영 2026. 6. 1.

 

6월이다. 여름의 초입에서 세상은 눈부시게 푸르다. 가톨릭 교회는 이 달을 예수성심성월로 지낸다. 한 존재의 가장 깊은 곳, 그 뜨거운 중심을 바라보는 달이다.

6월, 예수성심성월

예수성심성월은 인간을 향한 예수 그리스도의 무한한 사랑을 특별히 공경하고 묵상하는 달이다. 17세기 프랑스의 성녀 마르가리타 마리아 알라코크에게 나타난 예수의 계시로부터 시작되었다.

  • 의미: 성심(聖心)은 문자 그대로 거룩한 심장이다. 이는 관념적인 사랑이 아니라, 고통받고 상처 입으면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는 구체적인 사랑의 실체다.
  • 지향: 신자들은 이 달 동안 자신의 마음을 예수의 마음과 합치시키려 노력한다. 차가워진 마음을 데우고, 굳어진 마음을 깨뜨리는 시기다.

상처 입은 사랑의 자리

평일의 나는 서울의 보도블록 위를 걷는다. 넥타이를 조이고 숫자를 계산하며, 효율의 세계에서 길러진 논리로 무장한다. 직장인의 심장은 단단해야 살아남는다. 타인의 고통에 일일이 반응하다가는 내가 먼저 무너질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나는 부지런히 마음을 닫았다. 그것이 유능함이라 믿었다.

주말이 오면 배낭을 메고 길을 나선다. 여행작가의 이름으로 마주하는 풍경은 늘 낯설고도 다정하다. 성당 제대 앞, 가시관에 둘러싸인 채 창에 찔린 성심상을 본다. 그 심장은 상처 입었으되 닫혀 있지 않다. 오히려 그 상처를 통해 온 세상을 품는다.

사랑은 상처를 허용하는 일이다. 완벽하고 매끈한 심장은 누구도 들여보내지 않는다. 6월의 햇살 아래서 나는 비로소 깨닫는다. 한 주 동안 내가 세운 벽들이 나를 보호한 것이 아니라 나를 가두고 있었음을. 예수의 성심은 비합리적일 만큼 뜨겁고, 어리석을 만큼 열려 있다. 그 곁에서 나의 딱딱한 마음도 조금씩 말랑해진다. 다시 심장을 가진 인간으로 돌아오는 시간이다.

6월의 순례: 성심의 온기를 찾아

6월에 방문하면 좋을, 예수성심의 의미가 깃든 성지 세 곳을 제안한다.

천주교 서울교구 원효로 예수성심성당 한국 천주교회 성심 신심의 상징적인 장소다. 19세기 말에 지어진 붉은 벽돌의 고딕 양식이 6월의 녹음과 정갈하게 대비된다. 도심 한복판에 이런 고요가 있다는 사실이 경이롭다. 지친 직장인에게 가장 가까운 피난처다.

원효로 예수성심성당 서울 용산구 원효로19길 49

천주교 수원교구 단내 성가정 성지 와룡산 정상에는 거대한 예수성심상이 서 있다. 마을 전체를 굽어보는 그 넉넉한 품이 6월의 바람과 닮았다. 가파른 순례길을 걸으며 땀을 흘리다 보면, 사랑에도 수고로움이 필요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몸으로 배우게 된다.

단내성지 경기 이천시 호법면 이섭대천로155번길 38-13

천주교 대구대교구 성모당과 예수성심상 대구 교구의 신앙적 고향이다. "나를 따르라"는 문구와 함께 서 계신 예수성심상 앞에서 6월의 의미를 되새긴다. 성당 안의 폐쇄된 신앙이 아니라, 광장으로 나와 세상의 아픔을 마주하는 사랑의 태도를 묵상하기에 좋다.

천주교 대구대교구 성모당 대구 중구 남산로4길 112

6월은 길다. 그러나 심장을 데우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이번 주말, 당신의 발길이 성심의 온기 곁에 머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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