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 스트레스의 원인은 90% 일에서 온다. 업무를 마치고 마치 땅이 꺼지듯 컴퓨터 전원을 끄고 바로 노트북을 덮었다. 그리고는 뒤도 안 돌아볼 것처럼 챙겨입고 나왔다. 그리고 걷다. 생각을 하지 않고 걸었다. 걷다가 마트를 지나면, 감자가 싸네, 가지가 싱싱하네 눈구경을 하고. 나도 어딘가 목적이 있는 것처럼 걷고. 퇴근하는 마음은 무엇인가 생각하다가, 일하는 마음은 또 무엇인가 생각하다가. 생각하기를 집어치웠다. 그리고 또 걷다.
복권방을 지날 때였다. 이 스트레스를 꽝으로 날려버려야 겠다는 생각에 지나친 발길을 돌려 들어갔다. 호기롭게 복권을 요청하고는, 카드를 내밀었다. 카드가 되지 않는 곳이었다. 빈 몸으로 휴대전화만 들고 나왔고, 휴대전화의 카드는 신용카드였다. 이체해드려도 될까요, 이미 출력된 복권 앞에서 괜히 안절부절 했다. 복권방 주인은 파지가 된 복권용지에 계좌번호를 적어주셨다. 그 자리에서 입금하고 복권을 받아들었다. 머쓱해서 아무 말이 터져나왔다. 오늘 일하다 스테레스가 쌓여서 그냥 나왔다가, 갑자기 사게 되서, 지갑도 안 들고 나오고, 감사합니다. 당황한 소리가 역력한 말들이었다. 그리고 복권방 주인은 이렇게 답했다.
‘힘들어도 희망은 있으니 힘내세요.’
나의 스트레스를 꽝 복권에 날려버리려고 들어갔는데. 주인의 다정한 말한마디에 다 날아가버렸다. 힘들어도, 희망은 있으니,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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