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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이 지금

[성 마티아 사도 축일] 이름 없는 자리에 머문 빛, 사도의 길

by 혜.리영 2026. 5. 14.

월요일의 사무실은 누군가의 부재를 메우는 일로 시작된다. 누군가 떠난 자리에 새로운 이름표가 붙는다. 조직의 생리는 무정하다. 내가 비워낼 자리도 결국 다른 이의 업무로 채워질 것이다. 대체 가능한 존재라는 감각은 직장인의 숙명과도 같다. 그러나 5월 14일, 성 마티아 사도 축일은 그 빈자리의 엄정함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성 마티아는 주 예수님께서 우리와 함께 지내시는 동안 줄곧 우리와 동행했던 이들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요한이 세례를 주던 때부터 예수님께서 우리를 떠나 승천하신 날까지 모든 시간을 곁에서 지켰다. 사도행전은 그가 배반자 유다가 제 갈 곳으로 가려고 버린 사도직의 자리를 맡기 위해, 주님의 안배 안에서 제비뽑기를 통해 열둘의 수에 들어갔음을 기록한다.

축일을 맞아 마음의 눈을 독일 서부의 고도(古都), 트리어(Trier)로 돌린다. 그곳에는 알프스 이북의 유일한 사도 묘소인 성 마티아 베네딕도회 수도원이 있다. 로마 시대의 흔적이 낭자한 이 도시에서 사도의 유해는 화려한 수식 없이 안치되어 있다. 여행작가로서 마주한 그곳의 돌길은 차갑지만, 그 위에 쌓인 신앙의 시간은 온기를 머금고 있다.

마티아 사도의 생애는 이름 뒤로 숨는 법을 가르쳐준다. 그는 비워진 자리를 채웠으나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그리스도 부활의 증언자가 되는 일에 침잠했다. 사도의 자리는 권력이 아니라 증언의 자리다. 나의 일터 또한 누군가의 부재를 메우는 곳이 아니라, 내게 맡겨진 고유한 증언의 자리일지 모른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다음 차례로 살아간다. 그 부르심이 우연이 아님을 믿을 때, 비로소 일상은 소명이 된다.

 

 

📍마티아 사도의 숨결이 깃든 해외 성지

성 마티아 베네딕도회 수도원 (독일 트리어) 알프스 북쪽에서 사도의 무덤을 모신 유일한 장소다. 4세기부터 이어져 온 수도원 공동체의 영성이 깊게 배어 있다. 2026년 현재 순례자들을 위한 정기 가이드 투어와 베네딕도회 특유의 환대 정신이 깃든 숙박 시설을 운영 중이다. 고딕 양식의 성당 내부에서 바치는 저녁 기도는 여행자의 지친 영혼을 정화하기에 충분하다.

성 마티아 성당 (헝가리 부다페스트) 부다 지구의 어부의 요새 옆에 위치한 이 성당은 화려한 타일 지붕으로 유명하다. 비록 사도의 묘소는 없으나, 헝가리 역사의 부침 속에서도 성 마티아의 이름을 지키며 서 있는 모습이 상징적이다. 사순 시기나 축일 전후로 열리는 오르간 연주회는 미학적, 영적 경험을 동시에 선사한다.

💡 여행작가의 짧은 메모

  • 준비물: 해외 성지 순례 시 라틴어와 해당 국어로 된 '미사 통상문'을 지참하세요. 언어의 장벽을 넘어 전례 안에서 하나 됨을 느끼는 특별한 경험이 됩니다.
  • 에티켓: 트리어 수도원은 실제 수도자들이 정주하는 공간입니다. 사진 촬영보다는 사도 묘소 앞에서의 짧은 침묵을 선택해 보길 권합니다.
  • 최신 정보: 2026년 기준, 유럽 내 주요 성지들은 환경 보호를 위해 디지털 안내문을 선호합니다. 성당 입구의 QR 코드를 활용해 역사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편리합니다.

 

https://maps.app.goo.gl/aj9Hu9vmyfHAWQ7s7

 

St. Matthias' Abbey · Matthiasstraße 85, 54290 Trier, 독일

★★★★★ · 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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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aps.app.goo.gl/j84LURjayq4gkkPY9

 

마차슈 성당 · Budapest, Szentháromság tér 2, 1014 헝가리

★★★★★ ·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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