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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이 지금

[생명 주일] 생명, 가장 눈부신 여행의 목적지

by 혜.리영 2026. 5. 3.

월요일의 사무실은 활기를 가장한 소음으로 가득하다. 숫자로 치환된 실적들이 모니터 위를 부유한다. 인간의 가치가 성과로 증명되어야 하는 곳에서, 우리는 가끔 기계의 부속품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5월의 첫 주일은 그런 우리에게 멈춰 서기를 권한다. 교회는 이 날을 생명 주일로 지낸다.

한국 천주교회는 1995년부터 5월의 첫 주일을 생명 주일로 정했다.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일깨우고, 낙태나 안락사 같은 생명 경시 풍조에 대항하여 '생명의 복음'을 전파하기 위함이다. 2026년의 담화문 역시 우리 사회의 가장 소외된 생명들을 향한 연대를 촉구한다.

주말, 제천의 깊은 골짜기로 향한다. 배론성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정적과 마주한다. 이곳은 황사영 신앙 선조가 백서를 썼던 토굴이 있고, 한국 최초의 신학교였던 성 요셉 신학교가 자리했던 곳이다. 박해의 칼날 아래에서도 신앙이라는 생명력을 잃지 않았던 이들의 의지가 흙과 나무마다 스며 있다.

성지 마당에 핀 이름 모를 들풀을 본다. 그것들은 누구에게 증명받기 위해 피지 않는다. 그저 주어진 생을 온전하게 살아낼 뿐이다. 생명은 요란하지 않다. 다만 묵묵히 존재함으로써 그 엄정함을 스스로 증명한다. 직장인이라는 명함 아래 가려졌던 나의 생명도 실은 이 들풀처럼 고귀한 것이었음을 깨닫는다.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길, 가방 속이 가볍다. 나를 몰아세우던 당위성들을 이곳에 두고 온다. 당신은 살아있기에, 이미 충분히 눈부신 여행자다.

 

 

📍5월에 머물기 좋은 생명의 터

천주교 배론성지 (충북 제천) 계곡의 깊은 지형이 배 밑바닥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한국 천주교회의 두 번째 사제인 최양업 신부의 묘소가 있어, 헌신적인 삶과 그 결실로서의 생명을 묵상하기 좋다. 2026년 현재 순례자들을 위한 산책로와 묵상 공간이 잘 정비되어 있어 홀로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매일 11:00 순례자 미사)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서울 중구) 과거 처형지였던 곳이 생명과 평화의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지하의 거대한 붉은 벽돌 구조물과 하늘광장은 죽음이 어떻게 생명의 빛으로 승화되는지를 건축적 언어로 보여준다. 도심 속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이나 퇴근길에 잠시 들러 생명의 존엄을 사색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다.

 

💡 여행작가의 짧은 메모

  • 기록: 생명 주일 당일 본당에서 받은 작은 배지나 안내 리플릿을 성지의 초록색 배경과 함께 촬영해 보세요. 그 자체로 훌륭한 신앙의 기록이 됩니다.
  • 에티켓: 배론성지의 토굴이나 성당 내부는 매우 고요합니다. 셔터음이 나지 않는 무음 카메라 앱을 사용하거나, 잠시 렌즈를 닫고 눈으로만 생명을 담아보길 권합니다.
  • 마음가짐: "나는 오늘 충분히 살아있었는가"라는 질문 하나만 품고 떠나도 충분한 여행입니다.

 

https://place.map.kakao.com/8315128

 

천주교 배론성지 대성당

충북 제천시 봉양읍 배론성지길 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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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place.map.kakao.com/198489475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서울 중구 칠패로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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