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월의 짙은 녹음 속에서 맞이하는 6월 25일은 조금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오늘 교회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을 지낸다. 6.25 전쟁의 아픔을 기억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갈라진 마음들이 평화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모이기를 염원하는 날이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평화를 향한 부름
한국 천주교회는 매년 6월 25일을 이 기도의 날로 정해 민족의 일치와 평화 통일을 위해 기도해왔다.
- 배경: 1965년 ‘침묵의 교회를 위한 기도의 날’로 시작되었으나, 1992년부터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되었다.
- 지향: 단순히 정치적인 통일을 넘어, 남과 북이 서로를 형제로 받아들이고 진정한 화해를 이루는 데 목적이 있다.
경계를 지우는 일상의 작은 용기
직장 생활은 때때로 작은 전장 같다. 서로 다른 입장 차이로 동료와 서먹해지거나, 마음속에 보이지 않는 휴전선을 긋고 지낼 때가 있다. 그러나 나는 평화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내 곁의 사람과 나누는 짧은 인사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먼저 다가가 건네는 따뜻한 커피 한 잔에 팽팽했던 긴장이 녹아내릴 때, 나는 그곳에서 평화의 싹을 발견한다.
나에게 평화는 긍정의 또 다른 이름이다. 상대의 다름을 부정하기보다 인정하고, 나의 옳음만을 고집하기보다 손을 내미는 용기다. 6월 25일의 기도는 저 멀리 북녘의 땅만을 향하지 않는다. 그것은 내 마음속에 견고하게 세워둔 편견의 장벽들을 하나씩 허무는 작업이기도 하다. 내가 평화로운 사람이 될 때, 비로소 내가 머무는 공동체에도 일치의 기운이 스며든다.
연차를 이용해 북녘 접경 지역으로 짧은 여행을 떠났다. 철조망 너머로 보이는 산과 들은 남쪽의 그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게 푸르렀다. 같은 햇살을 받고 같은 바람을 맞는 저 산하를 보며 깨닫는다. 평화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자연의 순리이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순리를 가로막는 마음의 경계를 지우는 일뿐이라는 것을.
평화의 기운을 담다: 6월의 추천 성지
민족의 아픔을 보듬고 화해의 내일을 꿈꾸며 방문하기 좋은 곳들이다.
천주교 의정부교구 참회와 속죄의 성당 (파주) 통일동산 부근에 위치하여 북녘땅을 지척에 두고 있다. 성당 내부의 화려한 모자이크 벽화는 남한과 북한의 작가들이 함께 구상한 평화의 상징이다. 고요한 성당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민족의 일치를 묵상하기에 이보다 더 간절한 장소는 없다.
천주교 춘천교구 소양로 성당 6.25 전쟁 당시 파괴되는 아픔을 겪었으나, 다시 굳건히 세워진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둥근 돔 형태의 독특한 건축물은 온 세상을 품는 하느님의 자비와 평화를 닮았다. 춘천의 평화로운 풍경 속에서 전쟁의 상처가 치유되기를 기도하며 머물기 좋다.
평화는 정지된 상태가 아니라 함께 걷는 여행이다. 이번 주말, 당신의 발걸음이 머무는 곳마다 화해의 꽃이 피어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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