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여름의 태양이 정점에 다다르는 6월 24일이다. 오늘은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이다. 빛이 오기 전 그 길을 예고했던 외치는 이의 목소리를 기억하며, 우리 삶의 자리를 정화하는 날이다.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예고된 기쁨
교회 전례 안에서 성모 마리아를 제외하고 지상 탄생일이 기념되는 성인은 세례자 요한이 유일하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가 오기 6개월 전, 구원의 여명이 밝았음을 알리기 위해 태어났다.
- 의미: 요한은 주님의 길을 곧게 내기 위해 광야에서 외치는 이였다. 그의 탄생은 어둠을 뚫고 올 참빛에 대한 약속이다.
- 특징: 예수 성탄 대축일(12월 25일)로부터 정확히 6개월 전이다. 낮의 길이가 가장 긴 하계에 요한이 태어나고, 이후 낮이 짧아질 때 예수가 태어남은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는 요한의 고백을 자연으로 증명한다.
광야,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시간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때때로 회의실 한복판에서 고립된 광야를 마주한다. 쏟아지는 업무와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마음은 메마르기 쉽다. 그러나 나는 그 광야를 긍정한다. 소란스러운 세상의 소음을 잠재우고 내 안의 진실한 목소리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요한은 자신이 주인공이 되려 하지 않았다. 그는 철저히 통로가 되기를 자처했다. 나 또한 직장에서 내가 돋보이기보다, 나의 성실한 준비가 동료들에게 기분 좋은 발판이 되기를 바란다. 누군가의 성공을 위해 길을 닦아주는 조력자의 삶은 결코 초라하지 않다. 그것은 자신을 온전히 다스릴 줄 아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단단한 긍정의 힘이다.
6월의 푸른 숲으로 연차 여행을 떠나며 생각한다. 요한이 광야에서 스스로를 정화했듯, 나 역시 길 위에서 마음의 찌꺼기를 씻어낸다. "나는 그분의 신발 끈목을 풀 만한 자격조차 없다"는 그의 겸손은 비굴함이 아니라,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지를 아는 자의 여유다. 나를 비워야 그 자리에 새로운 생명의 에너지가 채워짐을 나는 믿는다.
정화와 쉼의 길: 6월의 추천 성지
세례자 요한의 정취와 맑은 물의 기운이 느껴지는 순례지들이다.
천주교 춘천교구 양양 성당 동해의 푸른 파도가 성당 마당까지 밀려오는 듯한 곳이다. 광활한 바다 앞에서 요한이 베풀었던 세례의 의미를 묵상한다. 파도 소리에 마음의 소음을 맡기고 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맑은 기운이 샘솟는다.
천주교 전주교구 천호 성지 깊은 산세에 둘러싸인 이곳은 현대적인 광야의 풍경을 선사한다. 세상과 잠시 단절된 채 숲길을 걷다 보면 요한이 외쳤던 진실한 목소리가 내 안에서도 들려온다. 6월의 싱그러운 녹음은 그 자체로 영혼을 씻어주는 치유의 강물이다.
가장 낮은 곳에서 길을 닦았던 요한처럼, 오늘 나의 수고가 누군가에게 기쁨의 길이 되기를 소망한다. 6월의 광야는 이제 더 이상 외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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