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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이 지금

[세계 일회용 비닐봉투 없는 날] 가방을 비우고, 길을 채우다

by 혜.리영 2026. 7. 3.

 

 

7월 3일, 세계 일회용 비닐봉투 없는 날

손쉽게 뜯어 쓰고 미련 없이 버린다. 일회용 비닐봉투의 운명이다. 썩어 없어지는 데 500년이 걸린단다. 인간이 만든 가장 편리하고 지독한 발명품이다.

이날은 2008년 스페인의 한 환경단체가 제안해 시작됐다. 단 하루만이라도 지구를 숨 쉬게 하자는 전 세계적인 약속이다.

때 묻은 천 가방이 주는 묵직한 위로

금요일 퇴근길, 주말 여행을 앞두고 가방을 정리한다. 가방 구석에서 낡은 천 가방 하나가 나온다. 모서리가 헤지고 군데군데 때가 묻었다. 길 위의 시간들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물건이다.

무언가를 쉽게 쓰고 쉽게 버리는 삶은 편하다. 그러나 편안함의 끝은 대개 황량하다. 세상에 당연히 내어 주어지는 것은 없다. 풍경도, 자연도, 우리가 누리는 일상도 모두 잠시 빌려 쓰는 것들이다.

성당의 고요한 제대 앞에 설 때마다 생각한다. 낮아지고 비워내는 삶에 대하여. 일회용 비닐의 가벼움을 버리는 일은, 어쩌면 지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책임감이다. 이번 주말 여정에는 비닐봉지 대신 이 낡은 천 가방을 깊숙이 찔러 넣는다. 비워낸 자리만큼 마음이 묵직해진다.

자연의 원형을 걷다,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

이맘때 가기 좋은 곳이 있다. 충남 태안의 신두리 해안사구다. 빙하기 이후부터 서서히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대의 모래언덕이다.

바람이 고운 모래를 나르고, 그 모래가 쌓여 거대한 사막을 이뤘다. 세월이 빚어낸 경이로운 생태계다. 사구 너머로 7월의 푸른 서해바다가 넘실댄다.

끝없이 펼쳐진 모래길을 걷는다. 바람 소리와 파도 소리뿐이다. 이곳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흘러든다면 이 경건한 아름다움은 금세 깨어질 것이다. 우리가 온전히 지켜내야 할 자연의 원형이 그곳에 있다. 천 가방 하나 메고 조용히 거닐며, 비움의 가치를 생각하기 좋은 길이다.

 

신두리해안사구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 산 3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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