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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이 지금

맥주 한 캔(053)

by 혜.리영 2021. 5. 13.


그런 날이 있다. 오래 전에 놓친 하나가, 훗날 십 혹은 백, 천이 되어 돌아오는 일. 딱 그런 날이었다. 오래 전 놓친 하나가 시간이 지나서 딱 하루, 천근만근이 되어 돌아왔다. 여러 날을 흐리게 할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딱 하루만 온전히 천근만근으로 짓누를 정도의 일이었다. 오래 전 일을 최대한 복기해내며 상황을 풀어가느라 하루를 다 쏟은 그런 날. 문제의 그 날은 복합적인 날이었다. 그런 날 있지 않은가. 각자의 작은 상황이 겹쳐진 날. 그러다 놓친 작은 하나가, 하루를 짓누른 것이다.

터덜터덜 퇴근하는 길, 그대로 집에 갈 수 없어 어떻게 할까 생각했지만. 나는 또 곧장 집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에 오른 듯 기계적으로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길 말고는, 조금 돌아 더 걷는 일 말고는. 아직 퇴근길 스트레스 푸는 법을 모른다.

다음에는 코인 노래방에 가야지,
다음에는 혼술을 해야지,
다음에는 팩소주를 사야지.

결국 마트에 가서 장을 보며 맥주 한 캔 산 것으로 마음을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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