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이 있다. 오래 전에 놓친 하나가, 훗날 십 혹은 백, 천이 되어 돌아오는 일. 딱 그런 날이었다. 오래 전 놓친 하나가 시간이 지나서 딱 하루, 천근만근이 되어 돌아왔다. 여러 날을 흐리게 할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딱 하루만 온전히 천근만근으로 짓누를 정도의 일이었다. 오래 전 일을 최대한 복기해내며 상황을 풀어가느라 하루를 다 쏟은 그런 날. 문제의 그 날은 복합적인 날이었다. 그런 날 있지 않은가. 각자의 작은 상황이 겹쳐진 날. 그러다 놓친 작은 하나가, 하루를 짓누른 것이다.
터덜터덜 퇴근하는 길, 그대로 집에 갈 수 없어 어떻게 할까 생각했지만. 나는 또 곧장 집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에 오른 듯 기계적으로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길 말고는, 조금 돌아 더 걷는 일 말고는. 아직 퇴근길 스트레스 푸는 법을 모른다.
다음에는 코인 노래방에 가야지,
다음에는 혼술을 해야지,
다음에는 팩소주를 사야지.
결국 마트에 가서 장을 보며 맥주 한 캔 산 것으로 마음을 달랜다.
728x90
'매일이 지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 가지 단상(055) (0) | 2021.05.15 |
---|---|
숙면의 밤(054) (0) | 2021.05.14 |
기쁜 소식(052) (0) | 2021.05.12 |
쫄면(051) (0) | 2021.05.11 |
이런 날은(050) (0) | 2021.05.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