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공연을 다니지 않는 편이다. 공연을 가면 좋긴 하지만 아직 공연의 맛(?)을 잘 몰라서, 어쩌다 한 번 같이 가자는 사람 있을 때만 간다.
지난 윤석철트리오 공연이 혼자 처음 가본 공연이었다. 그때의 여운이 좋아서일까. 또 혼자 공연을 다녀왔다.
이번에는 재주소년.
올초 100일간 진행되는 카카오프로젝트100에서 글쓰기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글쓰기 관련 여러 프로젝트 중 눈에 띈 것이 바로 재주소년이 호스트로 진행하는 것이었다. 평소 좋아하는 가수이기도 해서, 또 아직 신청 폼이 열려있어 바로 신청했다. 그리고 100일 간 인증은 몇 번 놓치긴 했지만. 이곳 블로그에도 올렸듯이 꽉 채운 100일의 글, 100개의 글을 써냈다.
재주소년이 본인의 연습실에서 하는 작은 공연이었다. 루프탑이고 마지막 날 게스트가 또 좋아하는 강아솔이고. 이번에도 역시 운 좋게 예매창이 아직 열려있어 바로 신청했다. 주로 나의 성향은 이런 때에 한 번 더 생각해본다고 미루다가 놓치기 일쑤였다. 그러나 지난 플백도 이번 공연도 본 대로 바로 신청했다.
그리고 공연날이 왔다. 생각보다 쌀쌀해진 날씨였지만 오랜만에 합정, 홍대, 연남동으로 가는 것만으로도 설레고 좋았다.
공연 초짜라 쭈뼛쭈뼛 입장했다. 낯설고 어색해서 맨 뒤 구석자리에 앉았다. 잘 보고 싶기 보다 집중해서 잘 듣고 싶어서. 등을 벽에 기댈 수 있는 맨 뒷자리를 골랐다. 꽤 추워진 날씨여서 예정된 루프탑을 오픈하지 못해 장소가 조금 협소해졌다. 그래서 사방에 사람이 자리하면 나도 모르게 신경쓰느라 마음 편히 음악을 듣지 못할 것 같았다. 음악을 듣다가 고개라도 까딱이면 뒷사람 괜찮나, 생각이 먼저 드니까. 난 꽤 피곤하게 사는 편이다.
작은 공연이었고 재주소년의 찐팬분들 위주로 오는 공연이었나 싶어, 괜시리 라이트한 팬으로 다시 한 번 쭈구리 마음이 되었다. 그러나 또 어떠랴. 노래는 좋았고 찬바람은 아직 시원하게 느껴질 정도의 초가을 밤이었다. 친구가 속삭이며 자기 얘기를 하는 듯한 공연이었다. 눈감고 목소리를 듣다보면 어느새 시간은 흘러 있었다. 그리고 재주소년보다 조금 더 강아솔을 좋아하는 지라. 강아솔의 노래를 직접 들을 수 있어 너무 좋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정말 아름답다.
공연이 끝나고 입장할 때처럼 쭈뼛쭈뼛 나가려고 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줄 서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 문득 이때 아니면 없지 싶은 마음이 들어 나도 줄을 섰다. 그리고 재주소년과 강아솔 두 분에게 한 마디씩 건넸다. 두 분 팬인건 기본이지만, 재주소년에게는 플백 참여자로 100일간 꾸준히 글 쓰는데 도움을 받아 좋았다, 고맙다고 전했다. 그리고 강아솔에게는 조금더 팬인 마음을 담아 정말 좋아한다고 전했다.
그리고 공연장을 나와 다시 전철역으로 향하는 길. 마음이 후련했다.
쭈뼛쭈뼛 하루를 잘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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