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11일, 세계 인구의 날
전 세계 인구가 80억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거대한 통계학적 숫자 앞에서 개인은 종종 무력해진다. 내가 아는 세상은 그저 내 주변의 몇 십 명, 혹은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어깨를 부딪치는 수백 명이 전부다.
7월 11일은 세계 인구의 날이다. 인구 구조의 불균형과 빈곤 문제를 함께 고민하기 위해 유엔이 지정했다. 우리나라는 특히 저출산과 고령화, 그리고 지방 소멸이라는 거대한 무게를 마주하고 있는 날이기도 한다.
사람이 귀해지는 시대에 대하여
주말 아침, 북적이는 서울역을 떠나 남쪽으로 향한다. 차창 밖 풍경이 건물에서 초록의 논밭으로 바뀔 때쯤, 기차 안의 소음도 함께 줄어든다.
우리는 너무 많은 사람 틈에서 부대끼며 '인간 혐오'를 말하곤 한다. 그러나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상황은 전혀 다르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끊긴 지 오래된 마을, 무너져가는 빈 집들, 그리고 노인들만 남은 고즈넉한 풍경. 사람이 사라진 자리는 적막을 넘어 황량하다.
성경의 한 구절을 떠올린다. 한 사람의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말. 인구는 숫자가 아니다. 저마다의 우주를 품은 단 한 사람, 그 존엄한 숨결들의 모음이다. 사람이 귀해지는 시대다. 내 곁에 숨 쉬는 이들의 존재가, 그리고 이 길 위에서 마주치는 주름진 미소가 새삼 사무치게 감사하다.
고요와 온기가 교차하는 곳, 경북 봉화로의 여정
7월의 푸른 주말, 사람이 가장 적고 고요한 곳을 찾아 경북 봉화로 1박 2일 여정을 떠난다.
첫날은 국립백두대간수목원으로 향한다. 이곳에는 기후변화와 전쟁 등 재앙으로부터 식물의 멸종을 막기 위해 씨앗을 영구 보관하는 '시드볼트'가 있다. 어두운 지하에 숨죽여 있는 수많은 생명의 씨앗들을 마주한다. 다음 세대를 향한 인류의 책임감과 생명의 연속성을 온몸으로 느끼는 공간이다. 숲길을 걸으며 복잡했던 마음을 비워내고, 봉화의 호젓한 고택에서 깊은 침묵 속에 하룻밤을 묵는다.
이튿날 아침, 인근의 작은 오지 마을을 느리게 걷는다. 밭을 일구는 노부부의 굽은 등과 느릿한 걸음걸이가 눈에 들어온다. 고령화로 멈춰가는 듯하지만, 여전히 대지를 지키는 그들의 삶은 단단하고 숭고하다.
골목길 끝에서 만난 어르신이 낯선 여행자에게 옥수수 한 알을 건네며 환하게 웃으신다. 사람이 머무는 자리에는 여전히 온기가 있다. 화려한 관광지는 없지만,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하고 환대하는 진짜 인생의 풍경이 그곳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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