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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이 지금

[성 베네딕토 축일] 기도하고 일하라

by 혜.리영 2026. 7. 11.

 

동굴로 간 사람

480년경, 이탈리아 누르시아에서 태어났다. 로마로 유학을 갔다. 공부보다 세속의 소란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환멸이 찾아왔다. 그는 로마를 떠나 수비아코 산속 동굴로 들어갔다. 3년을 혼자 있었다. 도망친 것이 아니었다. 머물기로 한 것이었다. 고요 속에서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일. 그것이 먼저였다. 3년 후, 그는 돌아왔다. 수비아코에 수도원을 세우고, 이후 몬테카시노로 옮겨 또 하나를 세웠다. 그리고 규칙서를 썼다.

Ora et Labora. 기도하고 일하라.

분리되지 않는 것

기도와 일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일이 곧 기도이고, 기도가 곧 일이다. 수도원 안에서 밭을 갈고 책을 만들고 빵을 굽는 것이 미사를 드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평일 아침마다 출근하면서 그 말을 생각한다. 이 반복이 기도가 될 수 있을까. 대단한 것을 하지 않아도, 매일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 이미 무언가를 향해 있는 것일까. 베네딕토의 규칙서는 거창한 금욕이나 고행을 요구하지 않는다. 제때 일어나고, 함께 기도하고, 맡은 일을 하고, 잠드는 것. 그 반복 안에 신앙이 있다고 했다. 어쩌면 그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다.

5번 무너지고 5번 세워진 곳

몬테카시노 수도원은 베네딕토가 직접 세운 자리다. 역사상 다섯 번 파괴됐다. 랑고바르드족의 침입, 사라센족, 노르만족, 지진. 그리고 1944년 2월, 연합군 폭격기가 1,400톤의 고폭탄을 투하했다. 거의 남지 않았다. 전쟁이 끝난 후 다시 지었다. 다섯 번 무너지고 다섯 번 다시 세웠다. 현재 성당 청동 정문 하단에는 수도원을 처음 파괴한 랑고바르드족의 얼굴과, 마지막으로 파괴한 연합군 폭격의 군용 철모와 폭탄이 함께 새겨져 있다. 지워지지 않도록. 산 위에 서 있는 수도원은 지금도 수도자들이 살고 있다. 기도하고 일하면서.

여행지

이탈리아 몬테카시노 수도원 (Abbazia di Montecassino)

로마에서 남쪽으로 약 130km, 카시노 시 외곽의 산 위에 있다. 로마에서 기차로 이동 후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오르는 길이 좀 수고스럽다. 그 수고가 어울리는 곳이다. 수도원 안쪽 박물관에는 전쟁 전 사진과 폐허가 된 수도원 사진이 나란히 걸려 있다. 같은 자리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만큼 다르다. 그럼에도 다시 세웠다는 사실 앞에서 한참 서 있게 된다.

경북 칠곡 —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1952년, 북한의 덕원 수도원과 중국 연길 수도원에서 공산 정권에 쫓겨난 수도자들이 남쪽으로 내려와 세운 곳이다. 그들도 무너졌다가 다시 세운 사람들이었다. 지금도 수사들이 직접 밭을 갈고, 소시지를 만들고, 책을 찍는다. 분도출판사, 목공소, 농장이 수도원 안에 함께 있다. Ora et Labora가 구호가 아니라 일과인 곳. 피정객도 받는다. 하루 이틀 머물며 수도원의 시간표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다. 새벽 기도 소리에 잠이 깨는 아침이, 오래 남는다.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경북 칠곡군 왜관읍 관문로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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