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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이 지금

[초복] 엎드려 숨을 고르고, 온기로 속을 채우다

by 혜.리영 2026. 7. 15.

 

7월 15일, 초복

한여름의 정점으로 치닫는 수요일이다. 달력에 적힌 '초복(初伏)'이라는 두 글자가 묵직하다. 에어컨 실외기가 열기를 뿜어내는 도심의 한복판, 지친 몸들이 걸음을 재촉한다.

초복은 삼복더위의 시작이다. 엎드릴 복(伏) 자를 쓴다. 기세등등한 여름의 볕 앞에서는 맞서 싸우기보다, 잠시 고개를 숙이고 엎드려 쉬어가는 것이 순리라는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차가워진 속을 데우는 이열치열의 지혜

여름철의 일상은 차갑다. 얼음을 가득 채운 커피를 들이켜고, 종일 찬 바람이 나오는 사무실에 갇혀 지낸다. 몸의 겉은 뜨겁지만, 속은 오히려 차갑게 얼어붙기 쉬운 계절이다.

복날에 뜨거운 삼계탕을 먹는 것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다. 차가워진 속을 따뜻한 온기로 다스리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의 철학이다. 대지가 오랜 시간 키워낸 인삼과 대추, 그리고 정성으로 끓여낸 국물 한 그릇을 마주한다.

식탁 앞에서 가만히 감사의 기도를 올린다. 자연이 내어준 생명의 에너지를 겸손히 몸 안으로 받아들인다. 쉽게 지치고 거칠어지던 일상에 다시 단단한 기운이 차오른다. 지친 나를 귀하게 대접하는 일, 그것이 7월을 통과하는 가장 현명한 태도다.

인삼의 온기가 깃든 고장, 경북 영주 풍기

초복의 의미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으로 향한다. 소백산의 단단한 기운이 감싸고 있는 경북 영주 풍기읍이다.

이곳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깊은 인삼의 역사를 품은 곳이다. 풍기읍의 오래된 식당에 자리를 잡고 인삼 삼계탕 한 그릇을 주문한다. 뚝배기 안에서 펄펄 끓는 국물 위로 쌉싸름하고 깊은 인삼 향이 퍼진다. 한 숟가락 들이키자마자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며 몸이 먼저 반응한다. 자연의 보양재가 주는 묵직한 위로다.

식사를 마치고 인근의 무섬마을로 걸음을 옮긴다.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이 마을을 휘감아 흐르는 고즈넉한 곳이다. 마을을 이어주는 외나무다리 위에 선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다리다.

느리게, 한 걸음씩 균형을 잡으며 걷는다. 강물 위로 7월의 푸른 하늘과 짙은 녹음이 투영된다. 든든해진 몸과 맑아진 정신으로 걷는 길. 속도를 늦추니 비로소 여름 풍경의 아름다움이 온전히 눈에 들어온다.

 

풍기역 경북 영주시 풍기읍 인삼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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