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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이 지금

[제헌절]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위하여

by 혜.리영 2026. 7. 17.

 

 

7월 17일, 제헌절

금요일이지만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 가방을 멘다. 문득 달력을 본다. 7월 17일 제헌절이다. 한때는 빨간 날이었으나 지금은 출근을 해야 하는 무휴 국경일이다. 아침 출근길, 아파트 베란다마다 펄럭이는 태극기가 오늘이 어떤 날인지 소리 없이 알려주고 있다.

이날은 1948년, 대한민국의 가장 근본이 되는 약속인 헌법을 공포한 날이다. 국가라는 거대한 공동체를 지탱하는 뼈대를 세운 날이다.

내면의 법과 양심을 돌아보다

모두가 권리를 말하지만, 약속은 쉽게 깨어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 불공정과 반칙이 뉴스를 도배하고, 신뢰라는 단어는 점점 무색해진다. 세상을 향해 분노하기는 쉽다. 그러나 정작 내 삶의 원칙은 공고한지 가만히 자문해 본다.

나에게도 나만의 헌법이 있다. 그것은 양심이며, 신앙인으로서 지켜야 할 삶의 기준이다. 보이지 않는 신의 시선 앞에서도 정직할 수 있는가. 손해를 보더라도 마땅히 옳바른 길을 걸어가고 있는가.

제헌(制憲)의 정신은 거창한 법전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다. 일터에서, 그리고 일상에서 스스로 세운 도덕적 기준을 타협 없이 지켜내는 단단함에 있다. 세상이 아무리 어지럽게 흔들려도, 내 안의 중심만큼은 바로 세우겠다고 다짐하며 금요일의 일과를 시작한다.

곧게 뻗은 초록의 문장,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 숲길

주말을 앞둔 금요일 저녁, 삶의 기준을 곧게 세우고 싶은 마음을 품고 강원도 평창으로 향한다. 오대산 월정사의 전나무 숲길이다.

일주문을 지나면 하늘을 찌를 듯 곧게 뻗은 전나무 천여 그루가 끝없이 이어진다. 수백 년의 세월 동안 오직 하늘만을 향해 바르게 자라난 나무들이다. 7월의 짙은 초록을 머금은 나무들이 마치 단단한 단문으로 쓰인 문장처럼 서 있다.

아무런 소음도 없는 흙길을 맨발로 걷는다. 발끝으로 전해지는 대지의 감각이 서늘하고 명징하다. 좌우로 흔들리지 않고 곧게 자란 전나무들을 바라보며, 내 삶의 궤적을 되짚어본다. 편법과 요령에 눈돌리지 않고 묵묵히 정도를 걷는 일. 숲의 고요함 속에서 내 안의 양심을 다시금 단단하게 조여 매는 여정이다.

 

오대산월정사 전나무숲길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진부면 동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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