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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이 지금

[중복] 마음의 허기를 채우는 진정한 보양

by 혜.리영 2026. 7. 25.

 

7월 25일, 중복

여름의 한가운데서 주말을 맞이한다. 숨이 턱 막히는 더위와 눅눅한 습기가 온몸을 감싼다. 달력을 보니 오늘은 중복(中伏)이다. 일 년 중 가장 뜨거운 계절의 중심을 지나고 있다는 증거다.

선조들은 이 시기 기세등등한 더위를 피해 계곡물에 발을 담그는 탁족(濯足)을 즐겼다. 차가운 물로 몸을 식히고, 단단한 음식으로 기력을 채우며 한여름을 버텨냈다.

몸의 기력과 마음의 면역력

여름철에 지치는 것은 비단 몸뿐만이 아니다. 치열한 일상에 체해버린 마음이 먼저 신호를 보낸다. 의욕이 꺾이고 감정이 거칠어진다. 진짜 보양이 필요한 순간이다.

진정한 복날의 휴식은 단순히 좋은 음식을 먹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지친 몸에 영양을 주고, 복잡한 생각의 소음을 비워내는 일이다. 내면의 면역력을 키우는 일이다.

성당의 빈 의자에 앉아 조용히 기도를 바칠 때처럼, 주말의 여정 역시 내 안의 고요를 회복하는 시간이어야 한다. 이번 복날에는 나를 짓누르던 책임감을 잠시 내려놓기로 한다. 오롯이 나만의 숨결에 집중하며, 마음의 허기를 채워줄 깊은 고요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초록의 위로와 걸쭉한 온기, 전남 순천 1박 2일

몸과 마음의 건강을 모두 챙길 수 있는 생태의 도시, 전남 순천으로 1박 2일 치유 여정을 떠난다.

첫날 오후, 순천만 습지에 닿는다. 끝없이 펼쳐진 갈대밭이 7월의 바람을 따라 초록빛 파도를 일궈낸다. 인위적인 소음은 없다. 오직 사각거리는 갈대 소리와 바람 소리뿐이다. 그 광활한 초록을 가만히 응시하는 것만으로도 눈과 마음이 맑게 씻겨 나간다.

저녁에는 순천만의 명물이자 여름철 으뜸 보양식인 짱뚱어탕을 마주한다. 갯벌의 활력을 그대로 담아낸 걸쭉하고 진한 국물이 입안을 따뜻하게 채운다. 자극적이지 않고 구수한 온기가 지친 속을 편안하게 달래준다. 자연 속에 자리한 호젓한 숙소에서 밤새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를 처방전 삼아 깊은 잠에 빠져든다.

이튿날 아침에는 조계산 자락의 선암사로 향한다.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치형 돌다리인 승선교가 반겨준다. 신선이 되어 승천한다는 이름처럼, 다리 아래로 흐르는 맑은 계곡물에 마음의 번뇌를 씻어낸다.

고즈넉한 산사 마당을 느리게 거닐며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든든해진 몸과 고요해진 마음. 중복의 무더위를 이겨낼 단단한 힘을 품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마친다.

 

순천만습지 전남 순천시 순천만길 513-25
선암사 경남 진주시 수곡면 사곡로681번길 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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