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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이 지금

[유엔군 참전의 날] 당연하지 않은 일상, 숭고한 빚을 기억하며

by 혜.리영 2026. 7. 27.

 

 

7월 27일, 유엔군 참전의 날

다시 월요일이다. 출근길 버스 창밖으로 평온한 도시의 풍경이 흘러간다. 직장인들의 바쁜 걸음, 등교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해 보이는 일상이다.

7월 27일은 유엔군 참전의 날이다. 1953년 오늘, 6·25 전쟁의 정전협정이 맺어졌다. 그 흐름 속에서 대한민국의 자유를 위해 함께 피 흘린 22개국, 195만 명의 유엔군 참전용사들을 기억하기 위해 제정된 날이다.

이름 모를 청춘들이 남긴 평화의 유산

이날을 기억하는 일에 어떤 이념이나 정치적 계산은 필요치 않다. 그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생명의 숭고함을 마주할 뿐이다.

당시 참전했던 이들은 대부분 이십 대 안팎의 새파란 청년들이었다. 지도에서 어디에 붙어 있는지도 몰랐을 낯선 땅,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이들의 자유를 위해 그들은 자신의 가장 눈부신 청춘과 목숨을 바쳤다. 타인을 위해 나를 내어주는 것보다 더 위대한 사랑은 없다.

그들이 지켜낸 것은 거창한 국가 권력이 아니다. 오늘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평범하고 고요한 하루다. 성당에서 조용히 평화의 인사를 나눌 때마다 생각한다. 내가 누리는 이 평화는 누군가에게 진 숭고한 빚이라는 것을. 월요일 아침, 쏟아지는 업무 속에서도 잠시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다.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오늘 하루를 더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내겠다고 다짐한다.

침묵이 흐르는 성지, 부산 재한유엔기념공원

그들의 거룩한 숨결이 머물고 있는 곳으로 향한다. 부산 남구에 위치한 재한유엔기념공원이다.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유엔군 묘지다.

정문을 지나 공원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도심의 소음은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7월의 짙푸른 잔디 위로 세계 각국의 국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그 아래로 이국 땅 청년들의 묘비가 나직하게 누워 있다. 화려한 수식이나 조화는 없다. 오직 정돈된 나무와 잔디, 그리고 깊은 침묵만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

묘비에 새겨진 낯선 이름들과 짧은 생의 기록들을 하나씩 눈에 담는다. 고향을 그리워했을 그들의 마음이 전해지는 듯해 가슴이 먹먹해진다. 묘역 사이를 흐르는 작은 수로, '도트 트리스(Daudt Trees)' 물길을 따라 느리게 걷는다. 삶과 죽음, 그리고 그들이 남긴 평화의 가치를 온몸으로 느끼는 길이다. 고요한 추모의 걸음 끝에, 지금 내 곁에 있는 평범한 일상이 새삼 눈물겹도록 감사하게 다가온다.

재한유엔기념공원 부산 남구 유엔평화로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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