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행은 스노클링이 너무 재밌었다며, 바로 다음날 투어를 한 번 더 신청했다. 정말 ‘삭신이 쑤신다’는 말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던 나는, 일요일 여유있게 보내기로 마음 먹었다. 늦잠을 자고 게으름을 부리다가 오전 10시 30분이 되어서야 숙소에서 나왔다. 제일 먼저 향한 곳은 춤폰 선착장 근처에 있는 ‘ZEST’ 카페이다. 이곳에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가 있다. 오픈워터를 마친 다음 날 강사님은 수고했다며 우리를 이곳에 데려갔다. 정말 맛있는 빵과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가 있다. 돌아와 지금 생각해보니, 그것은 땡볕에 한참을 걸어나간 덕도 있는 것 같다.
그곳은 특이하게도 샌드위치 이름이 꼬따오의 대표 해변으로 되어 있다. 나는 샤일록을 시켰다. 아점으로 샌드위치와 커피를 마시고 나니 정신이 들고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페스츄리와 치아바타를 포장으로 샀다. 그리고 나와서 옆 카페로 갔다. 그렇다. ZEST 카페 옆에는 또 다른 카페가 있다. 이곳도 커피 맛이 궁금했다. 그래서 아까는 식사를 했으니 이제는 책을 좀 봐야지 싶은 마음으로 도로쪽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아이스커피를 주문했다. 한 모금 마시고는, 그냥 ZEST에서 커피를 두 잔 마실 걸 싶었다. 탄 맛이 강해서 그리 좋지 않았다.
그러나 테라스 자리는 충분히 좋았다. 빈 의자에 다리를 얹고 책을 꺼냈다. “그림 여행을 권함” 김한민 작가의 여행 책이다. 이번 꼬따오 한 달 살이에 어떤 책을 가져갈 지 고민고민 했다. 평소 여행 때에 책을 가져가느냐? 아니다. 평소에는 책을 갖고 다니지 않는다. 그러나 한 달이라는 시간은 왠지 책을 읽고 싶게 만들 것 같아서, 두어 권 가져가야지 싶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고른 것이 책장에 내내 꽂혀만 있고 그간 읽지 못했던 이 책이다. 김한민 작가의 그래픽노블을 좋게 읽어서 샀던 책인데. 이것 역시 좋았다. 한 달 살이 중의 어느 휴일 볕만 피한 어느 카페의 테라스에서 발을 까딱까딱하며 읽기 딱 좋은 책이었다. 책을 읽다가 도로의 오가는 사람들을 보다가. 그렇게 정오를 넘기고 있었다.
이대로 앉아 있기만 하기에는 또 시간이 아까웠다. 적당히 읽은 책을 덥고 다시 도로로 나왔다. 길을 따라 위 쪽으로 올라가 보다가 괜히 타투 가게에서 헤나를 하는 지 물어보고. 편의점에서 방수 밴드를 사서 길들지 않은 조리로 인해 물집 잡힌 발에 붙여주기도 하고. 사진을 찍기도 하고, 누군가의 카메라에 찍히기도 하고. 그렇게 춤폰 선착장에서 다시 싸이리 해변으로 발을 돌렸다.
이번에는 싸이리 해변 저 끝까지 온전히 걸어보리라 마음 먹은 터였다. 익숙하던 해변을 지나 더 위 쪽으로 계속 올라갔다. 그런데 왠걸. 해변을 향한 카페? 혹은 술집이 많아지며 해변은 엉망이었다. 파도에 떠밀려 판자 조각과 굵은 산호 지저분한 것들이 해변에 줄을 이뤘고. 바다에는 하나 걸러 하나씩 보트 택시가 줄줄이 서 있었다. 조금 충격이었다. 내가 매일 보던 이보다 조금 더 아래쪽 해변은 이렇지 않았다. 바닷가에 떠밀려 온 부유물도 없었을 뿐 아니라, 모래도 곱고 깨끗했다. 보트 택시 탓인가, 늘어선 카페 탓인가 생각하다가 자리 잡고 앉아 책을 더 보려던 생각을 포기하고, 상점이 많은 길로 발길을 돌렸다. 한낮 땡볕을 그대로 맞으며 너무 오래 걸은 탓도 있겠지. 사방이 막힌 에어컨이 나오는 어느 카페로 들어가 워터멜론 소다를 마셨다. 그 덕에 정신을 차리고 터덜터덜 집으로 향했다. 너무 오래 태양 아래 있었고, 너무 오래 걸은 탓에 체력도 기력도 완전히 빠지고 말았다.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는 꼭 편의점에 들렸다. 편의점에서 이것저것 저녁과 내일 오전에 먹을 것을 사가지고 숙소로 향했다. 이렇게 여유로우면서 체력은 방전되는, 휴일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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