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017)

계절이 변하기 전에 해야할 일이 있다. 옷장정리. 꽃샘추위가 온다 싶을 때 봄옷을 꺼내야하고, 라일락이 피면 여름옷을 꺼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있는 옷도 못 찾고 새로 사고만다. 옷을 많이 소유하는 편은 아니어서, 계절별로 옷장정리를 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올해는 뭐가 그리 미뤘는지. 내 옷장에는 아직도 두툼한 겨울 스웨터만 있고, 두꺼운 패딩코트가 여전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나의 계절이 아직 겨울이라 그런가. 한참 비가 오고 나면 날은 더 따뜻해질텐데. 옷장정리를 이렇게 미뤄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잠옷부터 정리했다. 그리고 바지, 다음은 상의 셔츠와 티 등 이어서 겉옷도 정리했다. 그리고 아직 여름 옷은 꺼내지 않았다. 완연한 여름을 맞을 준비는 아직 이르다. 넘어가지지 않는 마음을 콱 부여잡고 이렇게 옷장정리를 하니, 그래도 한 계절 넘어온 것 같다. 계절이 변하고 시간은 흐르고, 세상에서 제일 좋은 약이 흐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