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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이 지금

걷기(019)

by 혜.리영 2021. 4. 9.


집 근처 번화가는 여전히 사람들로 부적인다. 흔히 말하는 핫플, 인스타 감성의 거리. 식사와 술 등 저녁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 그 사이를 나는 터적터벅 걸어다닌다. 몇 년 전 이 동네로 이사오고 그런 점에 괜히 기분이 좋기도 했다. 조용한 아파트촌에 살다가 이렇게 북적이는 곳에 사니, 밤에도 새벽에도 활동적인 느낌이 좋았던 것이다. 카페도 많고 빵집도 많고.

그러나 오래 가진 않았다. 문제는 역시나 소음. 활기찬 것은 좋지만 그것은 내가 같이 즐길 때나 좋았던 것이다. 이내 쉬지 못하는 어려움을 느
끼고는 다른 동네로 이사를 생각했지만, 그러기에는 이곳의 장점이 너무 많았다. 아직은 이사가고 싶지는 않았다.

요즘처럼 마음이 흙빛인 때에는 도움이 되기도 하다. 고3 때 마음이 답답하면 토요일 오후2시 명동으로 갔다. 빼곡히 들어찬 인파들 사이를 비집고 걸어다니다보면. 어느새 답답한 마음이 풀리고 계속 걸어갈 힘을 충전 받곤 했다. 성장하며 그런 방법의 속풀이는 사라졌는데, 요즘 다시 그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가끔 근처 핫플 이 거리를 걸어다닌다. 전염병의 위험보다 지금 이 저녁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가득찬 거리. 순간을 잡고 즐기는 시간들. 걷다보면 내 마음의 묵은 감정도 하나둘 떨어지고, 잘 걸었다 이제 집에 가야지, 하는 마음이 든다. 정해진 길대로 걸으면 집으로 돌아오는 마음풀이 코스. 적당한 산책길이 많은 곳이라, 이곳을 떠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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