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 속기도 한다. 감정은 느끼는 것이기도 하지만, 감정과 내가 서로 속이는 것이기도 하다. 계절이나 호르몬 등으로 멜랑콜리한 기분이 만들어지기도 하며, 이미 다 지난 감정을 부여 잡고 스스로 주저앉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감정이 오래 간다 싶으면 이것이 진심으로 지금 내게 흐르고 있는 감정인지 아니면 여러가지 이유로 속은 감정인지 살펴보곤 한다.
그것을 바꾸어 빨리 보내고 싶은 감정이 있으면 잘 겪고 지나간 척 서둘러 보내기도 한다. 쉽게 말하면 힘든데 안 힘든 척 하는 것이다. 좋은 기운을 받으며 아닌 척 좀더 힘을 내어 지내면 힘든 감정은 지나가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게 서둘러 지나가지지 않는 힘듦도 있다. 아닌 척 하는 것은 내 감정을 속이는 일이면서도 결국 나를 속이는 일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제는, 힘들다 하며 약간 기운 차리는 척 해본다. 진짜 기운이 나는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기운 나는 척, 조금씩 회복되는 척하면 겨자씨 만한 힘이 쑥쑥 자라나지 않을까.
내 마음의 상자에는 늘 겨자씨만한 희망이 있으니. 일어나자고, 일어나자고 계속 말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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