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운동을 가려고 주섬주섬 운동복을 챙길 때였다. 전화가 왔고,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통화에 집중했다.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통화를 해야하는 사람. 한결 좋아진 목소리에 긴장한 듯 쪼그려 앉았던 자세가 스르르 풀렸다. 다행이다. 나의 마음은 작고 갈대 같아서, 비바람에 꺽일 듯 휘청휘청 하다가도 살랑살랑 따뜻한 볕 바람이 불면 잘도 가만히 있는다. 바람은 불고 싶은 대로 분다. 왜 불고 싶은 대로 불까, 나에게 불었으면 싶은 그 때는 왜 불지 않을까, 어디서 바람이 불지 알까, 어떤 바람이 불어올까. 작은 갈대 같은 내 마음은 어디서 어떻게 불어올지 모를 바람을 그냥 맞을 뿐이다. 꺽일 듯 휘청휘청하면서도 꺽이지 않고, 갈퀴 같은 뿌리 더욱 뻗어 흙을 콱 움켜 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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