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상을 하나씩 시작한다. 몸이나 마음이 힘들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멈춤'이다. 전에는 멈출 줄을 몰라서 하던대로 움직였다. 직장도, 모임도 하던대로 유지했고 정해진 일정대로 움직이면 또 그런대로 지나가기도 했으니까. 그러나 사람도 기계도 멈출 줄 알아야 한다. 쉼, 재정비 등과 같은 다양한 말로 이름 붙여질 수 있을 '멈춤' 나 역시 최근 회사 다니는 것 말고는 모두 멈췄다. 잠시 웅크릴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잔뜩 웅크렸다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나는 꽤 활동적이었다. 소모적인 움직임을 멈추고, 나를 위한 움직임을 늘렸으니까.
집 근처에는 가까운 공원이 있다. 공원으로는 둘레길 또 산길이 연결되어 더 오래 걸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동네에 와서 살며 두어 번 갔던가. 그러던 곳을 최근에는 더 자주 갔다. 재택 근무로 인해 여윳시간처럼 생긴 출퇴근 시간이나 점심 시간 등에 가벼운 옷차림으로 세수만 한 맨 얼굴로, 걸으러 갔다. 집에서 나와 다시 목적은 집이다. 퇴근하면 늘 가던 운동도 멈추고, 나온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걷기를 했다.
집에서 나와 횡단보도를 건너 공원 가는 길에 들어서고, 꽃길 산책길을 돌아 나만의 지점을 찍고 길건너 반대편 길로 돌아 내려온다. 그 길에는 동네 텃밭이 있고, 커다란 화원이 있다. 운동장도 있고 또 작은 공원도 하나 있다. 하나둘 상점이 보이기 시작하면 좋아하는 국수집에 가서 비빔국수 하나 포장해서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멈춤의 시간 동안 나는 집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힘을 기르고 있었다. 나에게서 나와 나에게로 돌아갈 수 있도록. 그리고 조금씩 마음 가까운 친구와 만나기도 하고, 연락을 트기도 했다. 그리고 멈췄던 운동도 다시 시작했다. 나에게 다시 돌아온 나는, 이전과 같고 이전과 다른 나이다. 어디서 힘을 받아서 힘을 내야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다시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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