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늘 '모 먹을래'하고 카톡을 보낸다.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자식에게 가지는 최대 관심사 일지도 모른다. 뭐가 먹고 싶은지, 밥은 잘 챙겨 먹고 다니는지. 처음에는 생각나는대로, 떡볶이 해줘, 부침개 해줘 등 어릴 적부터 엄마가 간식으로 해주던 것들을 주문했다. 그러면 엄마는 큰 일이라도 치르는 것처럼 해달라는 음식을 해준다. 내가 한 입 챙겨 먹는 것을 보고서야 본인 할 일을 하러 쿨~ 하게 자리를 떠난다. 나의 엄마는 가난한 젊은 시절을 보내서 그런지, 항상 먹는 것이 제일 중요한 문제였다. 잘 챙겨 먹어야 하고 또 굶거나 끼니를 거르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어릴 적 빠듯한 살림에도 늘 식탁은 넉넉했고, 간식까지 항상 준비되어 있었다. 지금도 엄마는 베란다를 창고 삼아 이제는 먹을 사람도 별로 없는데, 인스턴트 식품이나 오래 두어도 되는 재료들을 담아둔다. 그로인해 종종 좀 치우자는 나와 다투기도 하지만, 어느 때 문득 감자 한 알이 필요해서 사와야하 하나 싶을 때, 싹이 나서 상할까봐 예쁘게 깍아 물에 담가 보관하고 있는 엄마의 감자 한 알이 보석처럼 튀어나온다. 그럴 때면 엄마의 어깨도 으쓱해진다. 다 필요한 거다, 상하지 않는 건 미리 사두는 거다, 가지고 있으면 다 쓸데가 있다. 되도록 버리고, 가볍게 살고 싶은 나는 아직도 엄마의 보물 창고에 기대어 산다. 엄마 집에 오징어 없지? 부추 넣고 전 부쳐먹고 싶다. 있지 왜 없어. 냉동실 가득 동그랗게 동그랗게 얼어있는 비닐 봉지 무더기 속에서 우당탕 얼린 오징어를 찾아낸 엄마는, 냉장실 야채 칸의 부추와 양파 마저도 산삼을 캐듯 의기양양하게 꺼내 전을 부친다. 엄마표 전 냄새가 꼬소하게 거실에 풍겨오면, 건재함을 선언하듯 엄마가 말한다. 다 했어, 와서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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