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란 참 아리송하다. 내 힘든 마음 다 털어놓고 알아줬으면 하다가도, 나 혼자 꾹 잡고 아무도 몰랐으면 싶기도 하다. 그리고 참 아리송한 날에는 그 둘을 다 만나기도 한다.
# 장면1
결혼하는 친구와 사진을 찍으려고 신부대기실로 갔다. 환한 꽃이 되어 활짝 웃는 친구의 모습에 내 마음도 함께 환해졌다. 사진을 찍으러 옆자리에 앉았는데, 친구는 팔을 걸어 손을 잡았다. 만나면 늘 따뜻한 마음이 참 좋은 친구였는데. 살갑게 잡아주는 손도 따뜻했다.
# 장면2
친구 결혼식이라 만난 지인이 요즘 SNS 안 해,라고 물었다. 장난 섞어, 요즘은 다 재미없어, 귀찮아 하고 넘겼다. 그런데 한 녀석이 갑자기 SNS 끊으면 위험한거라고 안 된다며 우스개 소리를 해주었다. 농담을 주고받으면서도 생각해주는 마음이 고마웠다.
# 장면3
그리고 느닷없는 친한 언니의 연락. 근처에 있다며 미사 전에 잠깐 보자는 연락이었다. 줄 게 있다는 말에, 나는 먼저 받을 게 없는데, 하는 생각부터 했다. 부탁한 것도 없고, 맡겨두거나 전해받을 것도 없는데. 내 생일도 아니고, 뭔가 의미를 꼽을 날도 아닌데. 무엇을 준다는 걸까.
미사 전 시간을 맞춰 우리는 성당 마당에서 만났다. 참으로 맑은 날. 언니는 내게 투박한 종이 봉투가 든 봉지를 내밀었다. 아는 신부님께서 직접 구운 빵을 두 덩이 받았는데, 그 중 하나를 생각이 나서 나에게 준 것이다. 은촛대까지 선물이라며 쥐어주는 주교님을 만난 장발장의 마음이 이런 것일까. 얼떨떨하게 받아든 빵 봉지에서는 고소한 빵 냄새가 계속 올라왔다. 빵 냄새가 계속 내 코까지 올라와서,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몰랐다. 고소한 냄새가 머리속에 가득해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요즘 위로를 받고 싶었다. 그냥 등을 기대고 잠시만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내가 바라는 모습의 위로만 쫓다보니, 나에게 다가오는 위로를 충분히 받지 못했다. 이 고소한 빵덩이가 위로이지. 항상 자신의 방식으로 위로와 조언을 건내주는 이이다. 언니에게 내가 느낀 만큼 제대로 고마움을 전했는지 모르겠다. 집으로 오는 길 내내, 집에 와서 다음날 아침으로도 고소한 빵 냄새는 그대로였다.
# 장면4
그리고 미사 들어가기 전,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는 길에 또 다른 지인을 만났다. 나의 소식을 앞서 알고 있던 친구이다. 오르내리는 계단에서 만나자마자 나를 덮썩 안으며 잘 지냈어요, 괜찮아요, 연신 물어보는 이. 나는 스킨십을 잘 하지 못하는데, 이렇게 덥썩 다가오는 이들이 참 따뜻하고 좋다. 생각날 때마다 기도한다며 안아주는 마음에 콩닥 눈물이 날 뻔 했다.
이 모든 게 하루, 반나절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일어난 일이다. 그리고 그날은 날씨가 참 좋았다. 하늘이 맑고 바람이 선선했다. 하늘에서도, 햇빛과 바람에서도 향기가 날 것만 같은 날이었다. 이제 기운을 낼 때인가보다. 이렇게 따뜻하기만 한 하루를 보내는 것을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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