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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이 지금

마음을 고쳐 먹으며(032)

by 혜.리영 2021. 4. 22.


나는 스스로 꼼꼼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면으로는 꼼꼼해지기도 했다. 예를 들면, 살면서 한 번쯤 잃어버린다는 우산이나 버스카드 등을 나는 한 번도 잃어버린 적이 없다. 아 딱 한 번 있다. 지금처럼 은행 카드에 교통카드 기능이 삽입되기 전, 그러니까 별도의 교통카드를 들고다니던 시절에 말이다. 부직포로 직접 만든 아주 마음에 드는 카드 지갑에 넣어 다니던 교통카드를 카드 지갑 채 잃어버렸다. 그 허망함이란. 그때 스스로 놀랐던 점은 내가 물건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이었다. 정리정돈이 안 된 듯 한 책상 상태를 가지고 있어도 비교적 그 위치를 잘 기억하는 편이다. 물건을 잃어버렸다 생각되는 때에도 기억을 잘 복기하면 금세 찾아내곤 했다. 또는 기억이 나지 않아도 평소 나의 습관이나 물건을 두는 패턴대로 찾아보면 주로 그 언저리에 물건이 있었다. 그래서 처음 잃어버린 그 카드지갑이 아직도 내 사람에서는 중요한 사건 중 하나인 것이다.

기억력이 아주 좋거나, 계획성 있게 꼼꼼한 건 아니지만. 챙기는 일에 있어서는 꼼꼼한 편인 것이다. 어쩌면 이건 어릴 적부터 길들여진 습관일 수도 있다. 그런 내가 최근에 또 깜빡 잊어버린 일이 있다. 바로 지인들과의 약속이다. 각자 사정으로 한 차례 미룬 약속이었는데. 회사 업무 일정을 조율하며 그만 그 약속을 깜빡하고 회사 일정을 같은 날 잡아 버린 것이다. 그것도 내내 모르고 있다가 약속일이 가까워 와서야 알게 되었다. 이 또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약속에 지각하는 적은 종종 있지만, 애초에 일정이 꼬일 것 같으면 미리미리 조율하는 편이라. 이렇게 당일이 가까워와서까지 깜빡한 적은 처음이었다. 이것도 어쩌면 내 기억에 남을 적당한 사건 중 하나로 기억될 것 같다.

다행이라면, 나를 잘 알고 이해해주는 지인들이라. 무던하게 나를 이해해주고 또 나를 포함하여 다시 만날 약속까지 잡아준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나보다 더 나를 아껴주는 지인들이다. 나도 모르게, 내가 뭐 해준 것도 없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가. 그냥 나 자체로 좋은 사람들인 가보다, 하고 마음을 고쳐 먹었다. 그냥 나로 좋은 사람들인가보다. 내가 그들을 그냥 그대로 좋아하는 것처럼. 그리고 또 다시 마음을 고쳐 먹으며 생각했다. 내가 나를 많이 봐주며 살자. 물건도 좀 흘리고, 시간도 어기고, 약속도 파토 내기도 하며. 그래도 그냥 '괜찮다'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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