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쉬면 그날은 무슨 요일이든 금요일의 마음이 된다. 연차를 낸 전날이기에, 마음은 이미 콩밭에 가 있었다. 그 콩밭이 설레는 일이어서 그런지, 그래도 마음에 여유가 있었다. 일은 여전히 바빴고, 상태가 좋지 않은 나의 본체는 여전히 오락가락이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하루동안 나의 가장 큰 고민은 버스 출발 시간을 더 늦출까 또는 줄무늬 옷을 입고 싶은데 퇴근길에 어디라도 가서 살까 였다.
나는 줄무늬 옷을 좋아한다. 줄무늬 또는 원 포인트가 있는 옷들 말이다. 그래서 내 오랜 친구는 나에게 넌 참 알록달록한 옷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남방에 레이어드로 줄무늬 옷을 입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내가 가진 줄무늬는 늦가을 쯤에 입을 만한 두꺼운 옷 뿐이었다. 입을만한 줄무늬가 없다는 걸 알고 나자, 더 줄무늬 옷이 입고싶어졌다. 사람 심보가 이렇다.
인터넷쇼핑으로 주문을 할까 싶었지만, 떠나고 난 뒤 택배가 오면 무슨 소용이랴. 그래서 나는 퇴근길에 근처 쇼핑몰에 가보자고 마음을 돌린 것이다. 세상 신나는 일 아닌가. 여행과 여행을 위한 쇼핑. 느긋한 마음으로 퇴근을 하고 근처 쇼핑몰로 갔다. 오랜만에 방문한 이곳은 한산한 듯 활기찼다. 퇴근하고 갑갑한 마음이 들면 지하철 두어 정거장쯤 걷거나, 날씨가 궂으면 근처 지하 쇼핑몰을 한 바퀴 걸었다. 날이 좋든 궂든 걸어야 하니까.
옷가게 몇 곳을 다녔지만, 계절이 이미 빨라 여름옷 밖에 없었다. 내가 원하는 봄간절기 긴팔 줄무늬는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어떠랴. 아무 옷이나 이미 내 마음이 경쾌한 것을. 여행 전날의 설렘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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