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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이 지금

설레발(079)

by 혜.리영 2021. 6. 8.


나는 설레발을 잘 치는 편이다. 국어사전에 '설레발'의 뜻은 '몹시 서두르며 부산하게 구는 행동'이라고 나와있다. 행동에서 서두르거나 부산하게 구는 편은 아니지만, 타인에게 무언가를 소개할 때 부산하게 군다. 특히 내가 느낀 좋은 것을 소개할 때 마음이 설레발을 치는 것이다. '설레발 친다'는 표현에는 강아지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주인 앞에 물어놓고 꼬리를 흔드는 장면이 떠오른다. '이거 내가 좋아하는 장난감이야', '나 이거 가지고 너랑 놀고 싶어' 이렇게 말하는 강아지의 마음은 세차게 흔드는 꼬리로 드러난다.

포트와인을 좋아하는 편이다. 좋아하는 편이라고 말한 것은 그것을 즐겨 마시거나 자주 찾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여행가서 마셔본 후로 참 좋아하는 술 중 하나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찾기 힘들어 자주 접하진 못하는 것이다. 여행이나 가야 맛볼 수 있는 술, 포르투 여행 때 본고장에 가서 신났던 기억이 맛있는 술에 대해 더 좋은 칠을 덧대어 주었다.

그러다 포트와인을 취급하는 와인샵을 알게 되었다. 나도 소개로 알게 된 곳이고, 첫 방문 때 좋았던 기억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함께 포르투 여행을 갔던 직장 동료에게도 소개해줬고. 벼르고 벼르다 우리는 그곳을 방문했다. 그리고 나의 설레발이 시작되었다.

나는 첫 방문 때 감사하게도 첫구매 이벤트로 작은 와인을 하나 받게 되었다. 그렇게 이벤트로 받았던 와인 마저도 너무 맛있어서 더 좋았다. 그리고 좋았던 기억만 가득 가지고 직장동료에게도 그와 같은 이벤트가 있다고 말해버린 것이다. 항상 이벤트라는 것은 기간이 있고, 해당되는 시기가 있을 것인데. 나는 그것을 고려하지 못했던 것이다.

나보다 더 술을 좋아하는 동료여서, 다행히 그곳에서 만난 다양한 와인에 더없이 좋아했다. 그리고 첫구매 이벤트는 없지만, 다른 이벤트로 선물도 받아가게 되었다. 나는 괜히 머슥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너무 설레발 친 건 아닌가, 마음만 기대하게 만들어서 미안하기도 했다. 포트와인을 만나게 되어 좋다던 동료의 모습에 머슥한 마음이 위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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