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까 말까 할 때는 사지 말고, 할까 말까 할 때는 하라는 말이 있다. 매번 같은 선택을 반복하면서도 매번 고민하는 일들이 내겐 몇 가지가 있다. 예를들면, 동네 다이소에 갈 때이다. 대부분 퇴근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다이소에 간다. 이번 방문은 화장실 청소 용품을 사는 것이 주된 목적이지만, 이미 제일 윗층인 4층부터 아이쇼핑을 즐기며 훑고 내려올 마음의 각오를 하고 간다.
그리고 사지 않을 거면서 같은 코너 앞에서 고민한다. 국자를 살까, 뒤집개를 살까. 나무로 된 게 좋을까, 플라스틱도 괜찮을까. 이리저리 따져보고는 결론은 정해진 대로 간다. 국이나 부침개 등 자주 요리 하지도 않는데, 다음에 사자.
그리고 지나치지 못하는 반창고 코너. 나는 손에 난 거스러미를 잘 뜯어내는 편이라 늘 손에 붉게 피가 스며 있다. 거스러미를 잘못 뜯으면 손톱 옆 속살까지 뜯겨서 피가 새어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갑에 늘 반창고를 챙겨다닌다. 반창고는 나의 소소한 필수 품목 중 하나인데. 얼마 전에 산 반창고가 너무 마음에 들어, 아직 넉넉히 집에 있는대도 또 반창고 코너 앞에 선 것이다. 집에 있는 것은 움직이기 편한 늘어나는 밴드형인데, 같은 회사의 제품으로 아쿠아 밴드가 있다. 몇 개 들이인지, 얼마인지 확인도 하지 않고 그대로 장바구니에 넣는다.
그리고 또 지나치지 못하는 코너, 바로 화훼용품이다. 분갈이 하고 이 비료를 뿌려주면 좋겠어, 이건 흙이 너무 많은데, 집에서 가꾸는 용으로 쓸 작은 삽은 없을까. 한참 흙이며 화분, 씨앗들을 살펴보고는. 지금 있는 것이나 잘 키우자, 하며 돌아선다. 그리고 마스킹테이프 코너에서도 처음보는 알록달록한 마테를 만지작 거리다가 고스란히 자리에 두고 이동한다. 손잡이가 달린 앙증맞은 작은 소주잔을 한 개만 살까 하다가, 집에서 소주를 마시지도 않는데 왜 살까 싶어지고. 샐러드를 자주 해먹지도 않으면서 샐러드 집게를 진지하게 골라본다. 그러다가 결국 다이소에서 꼭 사오는 좋아하는 과자 두어 개 담아서 계산하러 가는 것이다.
당장 살 것처럼 진지하게 최선을 다해 골라보고 사지 않아도 된다. 또 지금 쓸모가 없더라도 가심비를 채우면 사도 된다.
사지 않을 것에 최선을 다하고, 엄마한테 '또 샀어' 소리 들을 것에 돈을 써도 괜찮다.
할까 말까 할 때 하지 말라지만, 해도 괜찮다. 살까 말까 할때는 사지 말라지만 사도 괜찮다.
그러니까, 뭘 해도 괜찮다는 말이다.
다이소를 빗대어 이런 글을 써 보는 건, '괜찮다 용기'가 부족해진 나에게 거는 주문이다.
그러니까 괜찮다.
'매일이 지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몽당연필(083) (0) | 2021.06.13 |
---|---|
오늘만 하루(082) (0) | 2021.06.12 |
나에게 이기적인 사람(080) (0) | 2021.06.10 |
설레발(079) (0) | 2021.06.08 |
그냥 하루(078) (0) | 2021.06.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