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29
온전한 파티마 하루가 시작되었다. 주일이라 미사도 가야했다.
우선 파티마 성지로 본격 들어가기 전에, 근처 기념품 상점 투어를 했다. 나는 이런 데 먼저 눈길이 가더라 ㅎㅎ 게다가 파티마는 생각보다 쌀쌀했다. 날씨가 흐려서인지 추워질 즈음이었는지, 목도리 하나 없이 힘들어서 구경하며 목도리도 하나 사야했다.
그런데 엉뚱한 데서 뽐뿌가 왔다. 작은 도자기상으로 만든 각 직업 미니 인형이 있었다. 상점마다 작은 규모로 한 구석에 있었는데, 어느 가게에 들어갔더니 한 벽을 다 차지할 정도로 종류가 많았고, 그 사이 눈에 띄는 것이 보였다. 바로 순례객 인형이었다. 산티아고 표지석과 함께 순례객 복장(지팡이와 표주박, 배낭 등)을 한 인형이었다. 24유로. 이번 여행에서는 어느 것도 기념품이나 기타 등등을 사지 않겠다고 다짐해서 정말 소소한 것들만 사던 터라. 예를 들면 스페인에서 '로사' 세례명 열쇠고리 등. 24유로인데다가 부피감도 있는 인형을 사는 것이 선뜻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순례객 인형은 오직 이곳에만 있었다. 일단, 한 바퀴만 더 돌고 와서 생각하자.
생각을 환기 시키려고 한 바퀴 돌았던 것인데, 오히려 사야겠다는 생각이 명확해졌다. 사자! 작은 순례객 인형과 목도리 하나 그리고 슈퍼에서 이것저것 점심으로 먹을거리를 사서 숙소로 들어왔다. 인형 하나에 기분이 몹시 좋아졌다. 식사를 하고 다시 나갔다.
파티마 성지에는 성전이 세 곳 있고 각각 미사 시간이 다양하게 있다. 나는 가장 큰 성전에서 있는 오후 미사에 가기로 생각하고 성지를 구경했다. 파티마 성지에는 오체투지 하듯 기도하시는 분들이 있다. 무릎을 꿇고 로사리오 성모송 하나에 한 걸음 이동하며 파티마 대성전까지 무릎 걸음으로 가는 것이다. 큰 광장에는 기도하시는 분들을 위한 길이 따로 나 있었다.
성지에 들어서서 우선 기도초 봉헌 하는 곳으로 갔다. 우와, 기도초 봉헌 불 스케일이 달랐다. 보통 초에 불을 붙여 초봉헌함 안에 세워두는데, 여기는 초 봉헌함이 불구덩이다. 정말 불구덩이 같았다. 초에 불을 붙여도 상관없이 그냥 기도를 담은 초를 불에 던지는 것 같았다. 신기했다. 한 쪽에는 아예 초를 그대로 던져넣는 불(?)봉헌함도 따로 있었다. 그래서인지 초봉헌 구역에서는 늘 타는 냄새와 시커먼 연기가 가득했다.
미사 시간이 되어 미사 드리러 갔다. 성전은 어마어마하게 컸다. 미사를 드리는데 수화 봉사자가 서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 자리에 오는 어느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파티마 안에서 가장 큰 성전인 이곳에 있는 십자고상은 독특하다. 예수님 나이에 해당하는 각 나라, 각 인종의 성인 남성의 얼굴 평균값을 낸 모습으로 예수님 얼굴이 조각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보니 누구에게나 익숙한 얼굴일 듯 싶었다. 실제로도 낯설지 않은 예수님 얼굴이었다. 익히 보아오던 서양 남자 얼굴이 아닌, 어딘가 익숙한 얼굴이라 신기했다.
이어서 차근차근 파티마 성지를 구경했다. 미사드린 성지와 반대쪽에 있는 대성당에는 히야친따와 프란시스코 그리고 루치아의 묘가 있다. 어릴 적 나는 '내친구들'이라는 가톨릭 만화 잡지를 봤다. 거기에 황미나 만화가가 파티마 성모님 기적을 그린 만화가 연재 되었었는데. 그 만화가 떠올랐다. 내가 파티마에 와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리고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하루종일 돌아다녀서인지, 힘들었다. 숙소에서 좀 쉬었다가 밤 로사리오에 나가야지 생각했는데, 몸이 너무 고됐는지 그대로 숙소에서 쉬었다.
이제 내일은 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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